지난주 극장가는 흑조의 화려한 날갯짓이 지나간 가운데 모처럼 외화들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아카데미 특수', 그리고 '현빈앓이'는 맥없이 힘을 잃었고 오히려 '노장 4인방'의 인기가 자칫 극장가에서 사라질 뻔했던 영화를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전세 역전과 뒷심 과시, 여기에 '작은 영화'의 독특한 살아남기까지. 지금 극장가는 흥미진진한 흥행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블랙스완>이 지난 주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개봉 첫 주 <아이들...>에 밀려 2위를 기록한 <블랙스완>은 2주차에 오히려 관객이 더 늘어나면서 결국 개봉작들을 모두 제치고 2주만에 정상에 올라 기염을 토했다. 주말 관객 수는 29만 명이었고 누적 관객수도 100만을 바라보고 있다.

 

흑조의 날갯짓이 외화 바람 일으켰다

 

<블랙스완>의 흥행 중심에는 역시 열연을 펼친 나탈리 포트만이 있었다. 백조에서 흑조로 변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광기어린 연기가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골든글로브에 이어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연기를 궁금해하는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입소문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흑조의 날갯짓이 극장가를 흔들었다 <블랙스완>

흑조의 날갯짓이 극장가를 흔들었다 <블랙스완> ⓒ 폭스 서치라이트

 

그 뒤를 이은 것은 맷 데이먼을 앞세운 <컨트롤러>와 조니 뎁의 목소리를 앞세운 <랭고>다. 자신의 미래가 누군가에 의해 미리 설계되어있다는 것을 소재로 한 <컨트롤러>는 액션과 스릴러를 선호하는 팬들에게, 카멜레온 '랭고'가 사막에서 펼치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그린 <랭고>는 가족 팬들에게 어필하며 개봉 첫 주 무난한 출발을 했다.

 

그동안 외화가 주말 흥행 정상을 차지한 적은 많았지만 외화가 상위권을 독식한 것은 오랜만에 보는 현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외화 바람을 주도하는 작품 중에 '아카데미 특수'를 누린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블랙스완>이 여우주연상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아카데미 수상작이라는 이유가 영화 흥행에 큰 이유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아~ 옛날이여~' 관심 못받는 아카데미 수상작들

 

한때 '흥행 보증수표'라고 불리며 트로피들을 자랑스럽게 광고물에 내세웠던 아카데미 수상작들은 최근 극장가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아카데미의 승자인 <허트 로커>도 특수를 노렸지만 실패했고 2008년 작품상을 받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예 소규모로 상영됐다가 사라졌다.

 

올해도 이미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의 영예를 얻지 못한 <127시간>, <더 브레이브> 등은 모두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극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말에 개봉하는 <파이터>와 다음 주말 개봉 예정인 <킹스 스피치>의 흥행 결과가 주목을 끈다.

 

<파이터>는 이번 영화제에서 남녀 조연상을 석권했으며 <킹스 스피치>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톰 후퍼), 남우주연상(콜린 퍼스), 각색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은 영화였다.

 

물론 이번 주 블록버스터인 <월드 인베이젼>의 흥행몰이가 예상되긴 하지만 외화가 계속 한국 극장가에 바람을 일으키려면 결국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한국에서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노장의 힘'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다

 

 뒷심을 과시하고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뒷심을 과시하고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 NEW

 

지금 극장가의 또 하나의 화제는 '노장 4인방'이다.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뒷심이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중견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많은 호평에도 적은 상영관 수로 인해 개봉 첫 주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그대로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2주 차부터 조금씩 관객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한 <아이들...>과 현빈의 <만추>를 제치고 가장 많은 주말 관객을 모은 한국영화가 됐다. 관객이 몰리면서 상영관 수와 상영 회차도 늘어났다.

 

<아이들...>의 하락세와 <만추>의 관객 감소로 힘이 떨어진 한국영화를 지탱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장 배우들의 힘', 그리고 '착하고 따뜻한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그리움이었다.

 

'현빈앓이' 스크린에는 없었다

 

이것을 '이변'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시크릿 가든>의 '까도남'으로 완전히 톱스타가 됐고 언론과 팬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 지난 7일 해병대에 입대한, 그의 입대가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배우 현빈. 그러나 그의 인기는 스크린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현빈앓이'가 없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스크린에는 '현빈앓이'가 없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NEW

 

먼저 개봉한 <만추>는 첫 주에 비록 정상을 놓쳤지만 나름대로 관객을 모으며 스크린에서도 '현빈앓이'가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2주 차부터 관객이 줄면서 지난 주말에는 2만 명 선에 그쳤다. 누적 관객은 82만 명이지만 이런 감소세라면 100만을 채우기에는 힘이 좀 부족하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또한 기대에 못 미쳤다. 임수정이라는 여배우와 <여자, 정혜>,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 여기에 베를린영화제 경쟁작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었지만 관객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적은 상영관 수(91개)도 문제였지만 역시 배우의 이름만으로는 관객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10위권 안에는 들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관객을 모으며 '오래 살아남으려는' 작은 영화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런 영화들은 직접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을 찾아가기까지 하며 영화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관객을 직접 찾는 독립영화인들, 바람을 일으킨다

 

 '찾아가는 GV'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혜화,동>

'찾아가는 GV'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혜화,동> ⓒ 인디스토리

 

<혜화,동>을 만든 민용근 감독은 '찾아가는 GV'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으며 배우 유다인도 주말마다 GV를 통해 관객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

 

이 GV가 계속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혜화,동>은 전국 17개에 불과한 상영관과 교차상영에도 관객들이 모이면서 장기상영을 할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도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들이 이처럼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관객의 응원이 더해지면서 독립영화는 지금 '작지만 큰'힘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3월 극장가는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그간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놓칠 수 없는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틈새를 노린 대작들도 종종 개봉한다.

 

이번 주에는 블록버스터 <월드 인베이젼>과 함께 임창정과 김규리를 앞세운 코미디 <사랑이 무서워>가 개봉하며 지난해 시네마디지털 서울에서 무비꼴라쥬 상을 받았고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전규환 감독의 <애니멀 타운>이 독립영화 부흥에 가세한다.

2011.03.08 20:14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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