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의 독립영화를 결산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올해는 특히 정부와 영진위의 지원 없이 독립영화인들의 힘만으로 영화제가 치러졌고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毒립영화 맛좀볼래'라는 슬로건을 내건 서울독립영화제는 올해도 좋은 작품들을 소개하며 '독하면서도 달콤한' 독립영화의 맛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영화제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들을 못 보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에는 내년에 정식으로 개봉하는 영화들도 있고 혹 개봉이 되지 않더라도 공동체 상영등을 통해 영화를 접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 영화제 폐막을 맞아 이번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들을 중심으로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을 6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작품은 이번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태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오월愛>다.

 

이름없는 민중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다

 

올해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30년을 맞았다. 그러나 30년을 맞은 올해 5월 18일의 망월동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닌 <방아타령>이 울렸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항쟁에 참여했지만 유공자가 되지 못한 이들은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기념식장에는 5·18과 아무 관계도 없는, 심지어 당시 군사정권을 비호했고 지금도 5·18을 '폭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곳에 민중은 없었다. 그렇게 5·18은 잊혀져 가고 있었다.

 

김태일 감독은 5·18 당시 최후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했던 '이름없는 민중들'을 찾아간다.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끝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를 꺼려한다. 당시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날랐던 아주머니는 아예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마지막'이라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다.

 

이들에게 5·18은 자신들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사건이다. 그들은 계엄군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내 이웃, 내 친구,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때리고 죽이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었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는 영화 속 진술처럼 너무나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일을 지켜본 이들은 그 불의에 맞서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시민군이 되어 계엄군에게 저항한다. 여자들은 스스럼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시민군이 먹을 주먹밥을 만든다.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오월愛>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오월愛> ⓒ 서울독립영화제

 

도청의 최후 결전은 결국 계엄군의 승리로 끝나고 살아남은 이들은 죄인이 됐다. 그리고 그들의 삶도 엉망이 됐다. 세월이 흘러 군사정권은 무너졌고 한때 '폭동'으로 불렸던 5·18은 '민주화항쟁'으로 승격됐다. 그리고 당시 희생됐던 사람들은 유공자가 됐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들의 삶을 예전처럼 돌릴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지난해 광주시는 아시아문화관 건설을 계획하면서 항쟁의 상징인 옛 도청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항쟁에 참가했던 이들을 분노케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으로 공동체가 찬반으로 갈라졌고 '과거를 잊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 5·18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벌써 과거를 잊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영화는 정말 항쟁의 중심이 된 민중들과 함께 당시 계엄군이었던 대안학교 교장의 모습도 담으면서 이들이야말로 5·18의 주인공이고 이들이 살아있는 한 5·18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란 어떤 거창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단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으면 안 되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안 되는' 세상을 향한 꿈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은 목숨을 걸고 도청을 지켰을 것이다. 그 꿈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 과거를 잊으려는, 그리고 폄하하는 이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두운 내용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이들이 생활인으로 건실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직접 리어카를 몰고 과일 행상을 하면서 "내가 리어카를 끄니까 영화에 나오는 건가봐"라고 농담하는 아주머니와 중국집을 운영하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의 에피소드 등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진솔한 민중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것이 관객들을 안심시킨다. 건실히 살아가는 광주 시민의 모습에.

 

그러나 영화를 찍으면서 결국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도청 철거 문제가 불거질 때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철거 반대를 외치며 시위 현장을 지켰던 사람이 결국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리고 올해 5·18 기념식에서 참석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밖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하는 사람들의 한맺힌 모습이 나온다. 억울한 세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를 만드는 이는 민중이다. 그러나...

 

흔히 역사를 만드는 이는 민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민중의 이름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대신 민중의 땀을 대신 가져간 자가 역사에 기록이 된다. 5·18도 마찬가지다. 군사정권에 저항하고 최후까지 싸운 사람들은 이름없는 민중들이었다. 그러나 그 민중들은 잊혀졌다. 대신 아무 관계 없는 이들이 잔치상을 차리는 것이 오늘의 5월 18일의 풍경이다.

 

<오월愛>는 김태일 감독이 계획 중인 '민중의 역사'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것을 들으니 그가 다음에 이야기할 민중의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민중의 숨소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는, 우리가 그저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5·18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오월愛>는 그렇게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그리고 우리는 가슴아파한다. 잊혀진 과거, 잊혀진 사람들의 눈물을 보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2회는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을 소개합니다

2010.12.19 16:3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2회는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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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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