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바구니 한국복싱에 월척을 잡아오길 성원했던 김지훈이 멕시코의 '미꾸라지' 바즈케즈를 끝내 낚아올리지 못하고 아쉬운 완패를 당했다.

 

김지훈은 15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라레도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IBF(국제복싱연맹)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멕시코의 미구엘 바즈케즈(23)에게 심판전원일치로 (108-120, 109-119, 110-118 ) 판정패하고 말았다. 이전까지 11연속 KO승 행진, 해외 원정 5연속 KO승을 거두며 막강한 화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볼케이노' 김지훈이었지만, 스코어가 말해주듯 12 라운드 내내 고전하며 끌려다닌 일방적인 경기였다.

 

경기 시작 종소리와 함께 탐색전을 생략하고 특유의 인파이팅으로 공격에 임한 김지훈의 공세를 이미 예상했다는듯 바즈케즈는 뒤로 물러나며 피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28번 경기를 하는 동안 단 한차례도 KO패는 물론 다운도 당한 적이 없을만큼 좀처럼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까다로운 스타일이라는 소문대로였다.

 

 경기전 선전을 다짐하는 두 선수

경기전 선전을 다짐하는 두 선수 ⓒ 이현석

김지훈의 필살기인 묵직한 원투 스트레이트 세례를 이미 간파하고 준비한듯, 뒤로 물러나는듯 하면서 위빙(Weaving)으로 빠져나가는 수비 패턴에 김지훈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게다가 바즈케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멕시코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답게 안정된 자세와 견고한 방어, 빠른 스텝과 특히 날카로운 잽으로 자신이 원하던 패턴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경기 내내 상대를 쫓아들어가며 압박을 가한 쪽은 김지훈이었지만 얄밉도록 공세를 빗겨가며 또박또박 점수를 챙겨간 쪽은 바즈케즈였다. 하지만, 김지훈의 묵직한 주먹 한방 걸리기만 하면 단박에 역전이 될 상황이었고, 이전 경기 또한 이렇게 전개되다가 경기 후반 체력을 앞세운 김지훈의 공세에 상대방이 무너진 적이 있어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계속 됐다.

 

 경기전 포즈를 취한 두 선수

경기전 포즈를 취한 두 선수 ⓒ 이현석

그러나, 바즈케즈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유연한 바즈케즈의 상체 움직임에 비해 김지훈의 허리는 너무 뻣뻣해 보였다. 오히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조급함으로 크게 휘두르고 맞추지 못하는 김지훈의 주먹은 더더욱 단조로운 패턴으로 변했다. 원투 스트레이트를 맞추지 못하니 원투에 이어지는 라이트 어퍼컷이나 레프트 잽은 아예 기회조차 없었다. 12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도록 기세만 좋았을 뿐 바즈케즈의 리듬을 끊지 못한 것이 패인이자 엄연한 실력 차이였다.

 

이로써 2006년 지인진 이후 5년 만에 세계타이틀 획득에 도전한 한국복싱의 희망도 일단 한풀 꺾이고 말았다. 게다가 라이트급은 김득구의 사망을 포함해서 한국 복싱 역사상 단 한차례도 세계타이틀전에서 이겨보지 못한 징크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지훈이 비록 세계정복에 실패하긴 했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스물세살의 나이에 해외 원정 5연승을 기록하며 메이저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는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그가 패배를 훌훌 털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2010.08.16 08:49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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