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금지약물 복용 시인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금지약물 복용 시인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Newyork Times


6년 전 받았던 약물검사에서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실이 밝혀져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결국 약물복용을 고백했다.

로드리게스는 한국 시각으로 10일 미국 스포츠 전문방송 ESPN과의 인터뷰에 출연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 금지된 약물을 복용했다"며 "야구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줄곧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던 로드리게스는 지난 8일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2003년 메이저리그 약물검사에서 로드리게스가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폭로하며 위기에 몰리자 이틀 만에 잘못을 시인했다.

로드리게스는 2003년 당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과 최우수선수상을 모두 휩쓰는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로 각광받아 왔지만 결국 금지약물의 힘을 빌렸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로드리게스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

로드리게스가 처음 금지약물을 복용했던 2001년은 그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간 2억5,2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에 성공한 시기와 일치한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에 왔을 때 항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해야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약물을 복용한 까닭을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약물복용 규제가 느슨한(loose) 시기였다"며 "수많은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했고 지금은 금지된 약물들도 그때는 영양제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의 말대로 구체적인 약물복용 규제가 없었던 메이저리그는 2003년이 되어서야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시범적으로 약물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당시 검사 결과가 폭로되면서 궁지에 몰린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2004년부터는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오로지 야구와 뉴욕 양키스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바마 대통령 "우울한 소식"

결국 사실로 밝혀진 로드리게스의 금지약물 복용은 메이저리그를 넘어 미국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울한 소식(depressing news)"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어린이들이 모든 것에 지름길은 없으며, 지름길로 가려다 자신의 경력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톰 힉스 구단주 역시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그가 3년 동안만 약물을 복용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미 로저 클레멘스, 마크 맥과이어 등 은퇴한 스타들도 선수시절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크게 실망했던 미국 야구팬들도 로드리게스마저 잘못을 시인하고 나서자 용서해주기보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야구팬들은 "로드리게스 다음에는 또 누가 잘못을 고백할지 궁금하다", "이제는 그 누구의 약물복용이 밝혀지더라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로드리게스  

한편 로드리게스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그다지 밝지가 못하다.

뉴욕의 지역 언론들을 중심으로 뉴욕 양키스가 로드리게스를 방출해야 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뉴욕 양키스가 로드리게스와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도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쌓아올린 화려한 업적이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로드리게스가 과연 이번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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