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날아간 월-E

우주로 날아간 월-E ⓒ 픽사

<월-E>는 전 세계가 쓰레기장으로 변한 곳에서 살아남은 쓰레기처리 로봇 이야기다. <나는 전설이다>의 윌 스미스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쓰레기를 뒤져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애완동물과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은 윌-E나 윌 스미스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윌-E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고, 애완견 대신 바퀴벌레와 산다.

 

윌-E의 일상은 단순하고 지루하다. 쓸모없는 쓰레기를 모아서 압축해 블록으로 만들어 한 쪽에 쌓아둔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도시의 마천루는 윌-E가 조성한 거대한 쓰레기 블록으로 조립한 건물이다. 인간이 소비하고 마구 버린 쓰레기 탓에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이 영화는 소비를 조장하는 소비주의가 결국 세계를 멸망하게 한 원인이라는 은유를 담고 있다.

 

무차별 소비로 쓰레기장으로 변한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이 된다. 인간은 지구를 복원하기보다 또다른 소비를 선택한다. 로봇 노예가 가득한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떠돌기로 작정한다.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로봇이 모든 시중을 다 들어주는 소비주의 천국을 건설했다. 걷기도 귀찮아진 인간은 휠체어에 의존해서 이동한다. 이런 생활이 몇 백년이나 지속되어 인간은 돼지처럼 살이 쪄 소비만 하는 동물이 되었다.

 

<월-E>는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라서 <블레이드 러너>처럼 암울한 미래로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공상과학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커다랗고 귀여운 눈망울을 간직한 월-E는 쓰레기장에서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수하면서 외롭게 살아간다. 소비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장은 월-E에겐 일터이며 생활의 공간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월-E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어 거의 무성영화에 가깝다. 온종일 쓰레기를 처리하고 모래폭풍이 몰려오면 창고로 돌아와 크리스마스 전구장식 불을 켜고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태양열로 작동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가끔 햇빛으로 충전도 해줘야 한다. 모래폭풍을 빼면 굉장히 평화로운 삶이다.

 

 우주에서 온 로봇 이브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월-E

우주에서 온 로봇 이브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월-E ⓒ 픽사

평화로운 월-E는 사랑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식물을 찾아 지구에 온 로봇 '이브'를 보고 첫눈에 사랑하게 된다. 월-E는 이브를 쫓아서 지구인이 가득한 우주선으로 잠입한다. 우주선에서 월-E가 본 것은 풍요로운 물질과 잘 통제된 작은 지구였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점은 바로 쓰레기를 우주선에 담아둘 필요없이 우주에 버리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700년 동안 우주선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로봇을 노예처럼 부리며 살지만 인간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자유조차 없다. 이 우주선은 <아이,로봇>이나 <A.I.>처럼 로봇이 인간을 통제하는 감시사회다. 지구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로봇들과 월-E는 의도하지 않은 싸움에 휘말려 든다. 로봇이 감시하는 우주선은 끔찍하기만 한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원하는대로 먹고 자고 물건을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소비주의의 천국이다. 게다가 소비주의 폐해인 쓰레기도 우주선 밖으로 내다버리니까 지구처럼 망할 걱정도 없다.

 

하지만 우주를 오염시키고 돌아다니는 소비주의 우주선은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이다. '환경이야 어떻게 되던지 내 알 바 아니라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은 언젠가 우주마저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 후에는 어디로 떠나야 할까?

 

환경파괴가 배경이 된 동화의 주인공이 쓰레기장 로봇인 건 당연한 캐스팅이다. 장애인 물고기가 주인공인 <니모를 찾아서>를 감독한 앤드류 스탠튼은 <월-E>에서도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 세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동화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소비욕망이 남긴 쓰레기 치우는 뒤치다꺼리하는 윌-E의 운명을 생각할 때 참 딱하다. 인간을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쓰고 속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구 쓰고 버리는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고 과학기술로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소비주의, 시장주의, 신자유주의 등 가치관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월-E>의 세계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 사회를 아름답게 풍자한 <월-E>는 어른들이 봐야 할 동화다.

2009.01.05 12:08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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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포틀랜드 근교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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