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지난 시즌 우승에는 플래툰 시스템이 한 몫을 단단히 하였다.

SK 와이번스의 지난 시즌 우승에는 플래툰 시스템이 한 몫을 단단히 하였다. ⓒ SK 와이번스 공식 홈페이지



플래툰 시스템으로 이룩한 우승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작년 감독에 부임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플래툰 시스템은 야구에서 상대가 좌완 투수일 경우에는 좌타자 대신 우타자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반대로 우완 투수일 때는 좌타자들을 기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작년 시즌에 SK 와이번스는 이 플래툰 시스템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출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SK가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 덕분이었고 그 중심에는 플래툰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SK 와이번스는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선수들이 여럿 나오게 되었다. 특히나 국민우익수라 불리는 이진영은 .350이라는 고감도의 타율을 기록하여 조금만 더 경기에 출전하였더라면 타격왕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이 밖에 박재상, 조동화 등도 3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비교적 좋은 타율을 기록하고도 규정 타석을 미처 채우지 못하였다. 두 선수는 시즌 중반까지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꾸준한 출장 기회가 주어졌다면 규정 타석을 채우고 3할 이상을 기록하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또한, 규정 타석에는 들었지만 전 경기 출장은 하지 못한 정근우나 박재홍은 더 많은 경기에서 뛰었더라면 훨씬 좋은 성적을 기록하였을 수도 있었던 시즌이었기에 두 선수 모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이 다른 팀에 있었더라면 어쩌면 전 경기 출장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지바 롯데 시절 플래툰 시스템에 희생되었던 이승엽

지바 롯데 시절 플래툰 시스템에 희생되었던 이승엽 ⓒ 지바 롯데 마린스 공식 홈페이지



플래툰 시스템의 실패 사례

플래툰 시스템은 물론 단기적으로 볼 때는 긍정적이다. 매 순간 변하는 야구에서 좌완 투수가 나오면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좌타자 보다는 우타자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런 용병술을 통해 몇몇 경기를 이긴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에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좌완 투수에 상대적으로 약한 좌타자들은 그걸 극복해야 더 훌륭한 타자가 될 수 있다. 좌완 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좌타자는 반쪽짜리 선수 밖에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 성장을 고려한다면 좌완 투수가 나오더라도 좌타자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번번히 좌완 투수가 나올 때마다 기회를 박탈한다면 좌완 투수에 대한 적응력은 평생 가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한 출장이 이어지지 못할 경우 경기 감각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것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좌타자의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이 존재해왔다. 2004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한 이승엽은 국내 최고 타자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밸런타인 감독이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그에게 전 경기 출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그의 명성에는 부족한 성적을 거두고 만다.

물론 적응기를 감안하면 모든 걸 플래툰 시스템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의 재능을 감안할 때(특히 이승엽 선수는 국내무대에서 좌완 투수에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밸런타인의 고집은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후 그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여준 하라 감독의 배려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를 볼 때 대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승엽 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였던 최희섭도 대표적으로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 사례이다. 2004년 LA 다저스로 이적한 최희섭은 모처럼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플래툰 시스템을 추구하는 트레이시 감독의 전술 하에 들쭉날쭉한 출장을 하게 된다. 물론다른 요인도 작용하였지만 그것이 최희섭의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인이 되었고 아쉽게도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하였음에도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플래툰 시스템을 선호하는 김성근 감독

플래툰 시스템을 선호하는 김성근 감독 ⓒ SK 와이번스 공식 홈페이지



2008 시즌에도 플래툰 시스템?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2008 시즌에도 플래툰 시스템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막 후 두 경기에서 그것이 여실히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개막전에서 맞붙은 LG 트윈스가 선발 투수를 우완 제이미 브라운으로 예고하자 김성근 감독은 타자 선발 라인업을 좌타자 위주로 구성하였다. 클린업 트리오만 보아도 이진영, 박정권, 김재현 등 모두 좌타자였다.

그러나 다음날 벌어진 경기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라인업이 선을 보였다. 이날은 LG의 선발투수가 좌완 투수인 봉중근이었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은 클린업 트리오를 모두 우타자로 기용하였다. 심지어 전날에는 하위 타순이었던 우타자 박경완이 4번 타순에 포진되었고 정근우와 채종범까지 우타자 일색이었다.

예상하기로 김성근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한 유동적인 선발 라인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호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수들은 또 다시 들쭉날쭉한 출장을 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망주가 많은 SK 와이번스로서는 한창 성장해야할 시기의 선수들이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SK 와이번스의 선수들은 좌우 한쪽에만 능숙한 선수들이 될 것이고 이는 결국 팀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여 결국은 팀에게까지 악영향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SK 와이번스는 선수층이 두껍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을 다 경기에 출장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트레이드를 하든지 해서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기용하지도 않는 선수들을 붙잡고만 있는 것은 팀과 선수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근시안적인 사고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SK 와이번스가 현명한 결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야구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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