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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에너지,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이 전세계적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부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재생 에너지 활용 방안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지역화'를 조명하고 에너지 논의의 해법을 찾아봅니다. [편집자말]
광주시 서구 문화센터 옥상. 태양광이 아닌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진공관형 태양열 시스템이다. 광주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매립장 열을 이용해 관공서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광주시 서구 문화센터 옥상. 태양광이 아닌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진공관형 태양열 시스템이다. 광주는 태양광뿐만 아니라 매립장 열을 이용해 관공서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 광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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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홍보 광고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  그래선지 대기업이 재생 에너지 산업에 적잖게 투자하고 있다는 보도도 전해온다.

때마침 지난 1일 LG전자는, LNG를 에너지원으로 전기와 온수를 동시에 생산하는 설비와 지열 냉·난방기를 시판한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다국적기업, 또는 한국의 재벌이 나서는 지금, 이제 에너지 전환도 본격화될 것일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세계적 위인으로 등장하는 에디슨의 필라멘트와 함께 그의 주장이 역사에 수용되었다면 오늘 지구는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헤르만 셰어의 <에너지주권>에 보면, 에디슨은 가정 단위로 전기를 자체 생산해 공급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의 주장대로 오늘과 같은 전력 공급 체계가 결정되었다.

오늘 우리 문명을 좌우하는 에너지 공급체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 척도가 아니라 철저한 배제와 카르텔, 검은 정치가 결탁한 독특한 결과일 뿐이라고 이 책은 덧붙인다.

단적으로 오늘의 북핵문제, 남북문제, 북미문제를 에너지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 여지도 상당하다. 우리 시대 최대 현안인 에너지 문제는 국제 정세, 지구의 지속가능성 등과 같은 문제와 난마처럼 얽혀있다. 지난 2일, 남북한 재생에너지 개발 지원 사업을 돕겠다고 밝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광주] '사진발'만 보고 태양광 사업 뛰어들어선 안돼

2005년 지역별 신재생에너지 공급현황을 보면 광주(1%)는 인천(3%), 부산(2%)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등록업체 중 실적이 있는 업체는 전남 다음으로 광주가 많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재생에너지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가까운 곳에서 소비하는 이점을 살려 소득과 일자리가 지역에 머물고 지역 경제 내에서 돈이 순환할 수 있는 점이다. 그래서 광주광역시의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는 '전략산업과'다.

광주시 에너지 담당 공무원은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역 산업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므로 도시와 지역이 재생에너지 시스템에서 엄청난 이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와 분석이 나와야 한다.

광주시는 지난달 2일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제1회 신·재생에너지 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5년간 100억원의 지원을 받아 지역 내 관련 기업의 창업 및 기술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솔라시티 센터'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허풍이 조금 심한 다른 지자체의 포부보다야 실제적인 목표치라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2011년까지 총에너지 소비의 1% 공급을 약속한 계획은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독일은 이미 8%가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차이도 이런 차이가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2011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량의 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 최고의 에너지 도시이지만 지나치게 국비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재정 자립도가 국내에서 제일 낮은 광주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과라고 항변한다. "산업 기반 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에 아직은 보급이 먼저"라고 한다. 그렇다면 예산 집행의 효율화가 관건인데, 상대적으로 교육, 시민협력 지원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광주의 재생에너지 활용 사례를 배우기 위해 한 해 공식적으로 찾는 이만 3500여명 된다고 한다. 허나 이는 또 다른 위험성을 암시하는 수치이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자원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실증단계를 거쳐 지역에 맞는 설비를 육성해야 하는데 광주를 다녀간 모든 지역이 태양 도시를 추구한다면 논점을 잘 못 짚은 것이다.

이른바 태양광 시설은 '사진발'이 좋다. 그러니 지자체마다 태양광 시설을 놓겠다고 신청하는 통에 광주시가 내년 태양광 사업으로 지원받는 금액이 16개 지자체 중 제일 낮게 되었다고 한다. 광주는 국내 최고의 일사량이라는 자연 조건을 활용할 사례라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시골 농가 풍경과 태양광 시설이 잘 어울리는지?  재생에너지 설비는 최첨단 시설이 아니라 슈마허가 말했듯, 중간기술, 적정기술로 보급돼야 한다.
 시골 농가 풍경과 태양광 시설이 잘 어울리는지? 재생에너지 설비는 최첨단 시설이 아니라 슈마허가 말했듯, 중간기술, 적정기술로 보급돼야 한다.
ⓒ 김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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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재생에너지는 풀뿌리...지역공동체 뜻 모아야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도 어려움은 없지 않다. '100년 발전계획'을 세운 문당리 환경농업마을이지만, 최근에 홍동면으로 이주한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이 마을시설의 옥상을 시민발전 부지로 대여해 주기를 제안했더니 이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결정이 난 상황이다. 주형로 대표는 "농촌 마을은 등기 안 된 집이 많아 가정에서 태양광 설비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홍동면 김석근씨의 분뇨처리 설비를 관리하는 시공사는 인천에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지만 이마저도 고장이 자주 나 직원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한다. 지역 에너지의 장점이자 성공요소인 지역 산업 형성이 쉽지 않음을 드러낸다.

재생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머금고 있는 제주도에서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두고 갈등이 드러난 것도 결국 외부 업체가 지역주민과 아무런 매개 없이 단순히 땅을 매입해 발전을 시도했다는 점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원자력문화재단의 1년간 홍보비가 120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재생에너지 홍보비로 책정한 돈은 2억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도시와 마을, 지역 공동체가 뜻을 모아 에너지 전환을 설계하고, 삶의 변화를 모색한다면 혁명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뜻 깊은 계기는 될 것이라 믿는다.

"회원 발전 시스템으로 9~15% 이익"
[인터뷰] 충남 홍성 김근수 에너지전환 간사

지난 7월 서울에 위치했던 에너지전환 사묵국이 통째로 홍동면으로 이주했다. 이름도 말그대로 '풀뿌리시민단체'다. 에너지전환 김근수 간사는 끝내 사진 찍기를 사양했다. 인터뷰만이라도 고마웠다.
 지난 7월 서울에 위치했던 에너지전환 사묵국이 통째로 홍동면으로 이주했다. 이름도 말그대로 '풀뿌리시민단체'다. 에너지전환 김근수 간사는 끝내 사진 찍기를 사양했다. 인터뷰만이라도 고마웠다.
ⓒ 김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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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내려오게 되었나?
"성명서 남발하는 시민운동 방식에 대한 반성이 단체 내에 있었다. 서울에 있으면서 정부보조 받고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성이 일었다. 논란을 예상하며 총회 안건에 부쳤는데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함께 일하던 간사 중에 2명이 내려왔다."

- 가족이 함께 내려오려면 어려웠을 텐데.
"아내와 아이 2명(4살, 7살)이 함께 내려왔다. 선뜻 결정한 일은 아니었지만 잘 믿고 따라와 주었다. 아내는 단체 일을 자원봉사로 돕고 있다. "

- 실제로 와보니깐 어떤가?
"아직 적응단계다. 홍성군 홍동면은 워낙 유명한 지역이라서, 차라리 평범한 마을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에너지전환’은 주요 사업으로 회원들이 주주가 돼 전기를 생산하는 회원 발전 시스템을 운영해서 9%, 최대 15% 이익을 내고 있다. 얼마 전에 홍동중학교에서 에너지 교육 문의가 와서 갔던 차에 학교 옥상 대여를 제안했더니 좋은 답변이 왔다."

- 앞으로 과제는?
"마을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근 중학교, 방과후학교에서 교육 문의가 온다. 이렇게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보려고 한다. 조만간 에너지 교육관을 지을 예정이다."


"에너지 업무 10년째...재생에너지 지역에 큰 보탬"
[인터뷰] 류용빈 광주시청 과학산업과 에너지관리담당

광주시에서 에너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류용빈 계장. 10여 년 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광주시에서 에너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류용빈 계장. 10여 년 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김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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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간 광주시에서 에너지 사업을 총괄해왔다고 들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1997년도부터 담당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에너지 업무는 ‘한 등 끄기 운동’ 정도로 귀찮은 업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에너지는 중앙 정부가 쥐고, 지자체는 따라만 가면 되는 식의 전형적인 업무였기 때문이었다. 업무를 준비하면서 태양에너지가 지역 산업, 관광에 큰 보탬이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솔라시티 광주’라는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
"지역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준다. 빛고을 광주라는 지역 특색을 이용해서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20만 도시가 태양에너지 관광으로 먹고 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광주도 관광 측면에서는 벤치마킹을 많이 하여 성공적이라 판단한다.

앞으로 한국전력이 광주로 이전한다. 재생에너지 협력의 파트너로써 한전과 한차례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 광주엔 태양광모듈 공장이 들어서고, 창업을 준비하거나, 업종 변경을 고려하는 회사가 자꾸 생기고 있다.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

- 보람이 있다면?
"별로 재미도 없어하고 관심도 없었던 에너지 업무를 10년째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어 기쁘다. 최근에는 전남대학교에 바이오에너지특성화 대학원을 유치하게 되었다. 성과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21세기 키워드가 에너지와 환경 아닌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광주가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도시로 성장하는 일에 계속 매진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태그:#지역에너지, #광주, #홍성, #에너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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