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가 없다는 것은 언론에서나 하는 말이고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003년 K리그에 참여한 뒤 단 한 번도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광주 상무 불사조 축구단.  병역을 해결해야 하는 축구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광주 상무는 프로축구에 참여해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키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 상무, 팀워크 높여주며 긍정적인 역할 해

광주 상무 선수단.

▲ 광주 상무 선수단. ⓒ 광주 상무 불사조 축구단


이 틈에서 이강조 감독은 1990년부터 국군체육부대(상무) 축구단 감독을 맡아 17년째 지도해오고 있다. 17년 동안 수많은 선수의 군 입대와 전역을 보아온 그는 군무원 신분이다. 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신분의 감독이다.

거쳐 가는 선수들에 그는 초연하다. 매년 절반이 빠져나가고 그만큼의 선수가 들어오는 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할 만하면 선수들의 전역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2004년 8위의 성적도 이동국(미들즈브러)을 비롯해 조원희, 박성배(이상 수원) 김상식, 김영철(이상 성남)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이뤄낸 결과였다. 

이강조 감독은 농담으로 좋은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하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지난 1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각 팀에서 에이스를 보내주기를 기대한다"고 의례적으로 말했다. 물론 팀에서 선수를 보내주지는 않는다. 선수 개인의 선택과 판단이 가장 우선하기 때문이다.

광주 상무를 거쳐 간 선수들의 대부분은 "개인 플레이를 줄이고 팀워크를 알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든 것 같다"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전역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남궁도(전남 드래곤즈)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몸도 더 좋아진 것 같고 절제된 기량을 선보인 것이 입대 후 겪은 변화"라고 설명했다.

원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입대한 뒤 제 실력을 찾아 경쟁력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이 감독은 이런 유형으로 조재진(시미즈)와 조원희를 꼽았다. 각각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에서 미약한 활약을 했던 그들은 전역 후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될 만큼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 감독은 "두 선수는 K리그에서 후보와 2군이었다. 입대한 뒤 열심히 하다가 보니 스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08년 광주와 계약 만료되는 상무 축구단

 남궁도는 광주 상무를 통해 개인 플레이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전역을 2개월여 앞둔 그는 요즘 '말년 병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원소속팀으로 복귀해 주전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궁도는 광주 상무를 통해 개인 플레이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전역을 2개월여 앞둔 그는 요즘 '말년 병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원소속팀으로 복귀해 주전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 상무 불사조 축구단

이런 역할에도 광주 상무의 정체성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2002년 4월 광주광역시는 상무 축구단과 연고지 협약을 맺었다. 향후 가까운 미래에 프로구단의 창단을 목적으로 상무 축구단을 끌어들여 축구열기를 지피는 역할을 위함이었다. 팀 명칭을 '광주 상무 불사조'로 개명해 프로 2군 리그에 뛰어든 뒤 2003년 1월 '창단승인'이 아닌 '참가승인' 얻어 프로 1군 무대에 뛰게 됐다.

연고지가 있지만 리그 전체에서 광주 상무의 위치는 모호하다. 연맹의 이사회에서 발언권은 있지만 의결권이 없는 상태다. 연맹이 팀 운영을 주도하는 형태로 리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군체육부대가 선수단 관리를, 광주광역시에서 팀 운영을 맡고 있다.

군 소속팀이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2008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상무와 광주광역시와의 연고협약은 이들의 정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내년 말까지 상무를 대체하는 프로축구단을 창단하지 못하면 광주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은 없어지게 된다.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한 관계자는 "계약 연장 자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그 전체의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광주 상무는 그나마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정상적으로 리그를 운영할 수 있는 팀인데 순식간에 팀이 하나가 사라지데 되는 것이다. 또한 광주에 프로팀이 없다면,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프로축구팀이 없는 격이 된다.

연맹의 김진형 기획팀장은 “2008년 연고 계약이 종료되면 광주시는 어떻게든 선수를 수급해 팀을 창단해야 한다"며, "상무는 K리그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많지만 이전처럼 아마추어로 돌아갈지 프로에 계속 남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말 광주의 유력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에서 축구단 창단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고민 끝에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금호그룹은 광주 상무에 유니폼 로고 스폰서와 함께 3년간 15억을 지원하는 형태로만 있다. 연간 200억이 넘는 운영비를 쓰는 다른 구단에 비해 20~30억으로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수입원이지만 순수 광주 연고의 프로구단 창단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1일 인천과의 경기에 원정 응원 온 광주 서포터 <블레스> 회장 박한솔(28)씨는 "금호그룹은 절대로 광주에 축구단을 창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그룹은 호남을 벗어나 전국기업으로 크는데 주력하고 있다. 당연히 광주에 무관심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씨의 주장에는 일부분 일리가 있다. 2003년 10월 금호그룹은 팀이 없는 서울에 축구단 창단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호남기업이 광주지역이 아닌 서울에 팀을 만들려 하고 있다"는 지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느껴 창단을 포기했다.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에서 군 팀이 프로로 있는 상황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윤석길(47·광주광역시 운암동)씨는 "야구팀 해태 타이거즈의 선전은 호남인의 한을 풀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당연히 축구팀이 생기려면 순수한 프로팀이 있어야 하는데 군 팀이라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모두가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중 동원력이 14개 팀 중 11위(9월 3일까지 17경기, 경기당 평균 6천248명)로 하위권이라는 점은 군 팀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홍명보가 4강 신화를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켰던 광주월드컵경기장에는 자연스럽게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출입구마다 안내요원이 대기해 철저한 물품검색을 하는 구단에 비해 광주 상무의 출입은 비교적 자유롭다. 오는 관중이 적은 만큼 빡빡하게 관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경기장 분위기로 이어진다. 한 사진 기자는 "광주에서는 경기 중 팀 벤치 근처까지 이동해 사진을 찍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서울 등 수도권 경기에서 그랬다간 수십 명의 경비업체 요원에게 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대 축구팀 광주 상무, 이젠 어디로 가야하죠?

광주 상무 서포터 광주 상무를 응원하는 서포터들은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 노력중이지만 광주시와 시 축구협회의 무관심에 힘겨워 하고 있다. 그나마 2008년 이후에는 광주 상무의 존재도 불분명해진다.

▲ 광주 상무 서포터광주 상무를 응원하는 서포터들은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 노력중이지만 광주시와 시 축구협회의 무관심에 힘겨워 하고 있다. 그나마 2008년 이후에는 광주 상무의 존재도 불분명해진다.ⓒ 광주 상무 불사조 축구단


이런 분위기는 광주시 전체의 축구에 대한 열기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광주에는 김태영(37·전 관동대 코치), 고종수(29·대전) 등을 배출한 금호고와 지난

해 전북 현대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염기훈(24·울산)이 졸업한 대학 축구의 신흥명문 호남대라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최종적으로 가야 할 지역 프로팀인 광주상무 불사조 축구단은 군 입대를 결심한 뒤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갈 수 있다.

광주 출신의 한 축구인은 "금호고를 거쳐 호남대로 진학하는 아이들의 진로가 희망적이지 않다. 수도권 팀으로 축구 인재가 유출되고 있는데 지역에 프로팀 하나만 제대로 있다면 이런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스포츠산업진흥법이다 지난달 28일 대통합민주신당 이광재(태백, 영월, 평창, 정선)의원을 중심으로 17명이 공동 발의해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연고로 한 프로경기 단의 창단 시 자치단체가 자본금의 30% 범위 내에서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프로구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방의회와 협의를 통해 운영비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광주에는 프로구단의 창단이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진흥법의 핵심이었던 19조 3항 '지방자치단체. 공사. 공단은 시민구단의 육성을 위하여 전문인력(공무원을 포함한다)을 파견하거나 창단자본금의 50%까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출연. 출자 또는 지원할 수 있다. 단 공사 및 공단이 출연. 출자할 경우는 전체 창단 자본금의 30%를 넘지 못한다'가 삭제된 채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어 개정된 법안이 통과되면 광주를 비롯한 타 지역의 시민구단 창단에 활성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안에 기대하기까지는 광주 상무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2008년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연맹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위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연맹 김진형 팀장은 "공식적으로 논의 할 상황이 아직 아니지만 여러 갈래로 자문을 구하며 광주시와 상무 축구단 모두가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광주에 새로운 프로팀이 생기면, 상무가 다른 도시에서 축구 열기를 높이는 토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군체육부대가 서울시의 송파 신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경북 문경으로 이전하는 것과 맞물려, 축구 볼모지인 경북 북부지역을 근간으로 프로축구 열기를 전파 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은 프로구단을 창단하려는 지역에 몇 년간 존재하며  축구 열기를 높이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군 팀이 프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리그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이유에서다. 리그의 규모를 확장해야 하는 연맹이나 팬들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팀(광주 상무)에 입대한 선수가 원래 소속팀과의 경기가 끝난 뒤 반대편 관중석의 서포터에게 인사하러 가면 서글픔을 느낀다"

광주 서포터 박한솔씨의 표현은 군 팀을 응원하는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이다. 하루속히 광주 상무의 미래가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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