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차 지명자는 예년과 달리 3명이나 야수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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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신인 1차 지명 선수가 확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차 지명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서울 정착에 실패한 현대 유니콘스를 제외하면 7개 구단에서 1명씩 총 7명의 선수가 1차 지명 선수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구단인 LG 트윈스의 이형종(18)과 두산 베어스의 진야곱(18)은 각각 4억3000만원과 2억원에 구단과 계약을 완료했다. 다른 5명의 선수는 아직 계약 여부와 계약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입단은 거의 확실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면 드래프트와 도시 연고제 시행의 일환으로 1차 지명권이 2장에서 1장으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의 스카우트는 지명 전략을 급선회하느라 많은 애를 먹었다. 뛰어난 기량을 지녔고 구단에 필요한 단 한 명의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차 지명에서 야수가 전면에 등장 1차 지명은 당장 실전에 통할 수 있는 투수들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8개 구단 중 그 어느 구단도 투수자원이 "넉넉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구단은 없다. 지명에서 전반적으로 투수를 선호하는 현상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전국대회에서의 실적과 발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된다. 단순히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하고 한계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전문 직업인으로서 스카우트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안목 중 하나다. 팬들과의 큰 시각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바로 이런 안목의 차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1차 지명 선수 7명 중 무려 3명이 야수다. 지난해 14명의 1차 지명자 가운데 야수가 고작 1명(삼성 포수 김동명)에 불과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제법 큰 변화다. 이는 각 구단이 야수에 대한 기근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투수 자원이 예년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도 무시하기 어렵지만 실패율이 높은 고졸 야수를 과감히 지명한 사실로도 '야수 기근' 현상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 라이온즈] 상원고 외야수 우동균 지난해만 하더라도 삼성의 2008년 1차 지명은 구미전자공고의 사이드암 투수인 홍효의(18)가 훨씬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효의는 시속 140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구사할 뿐 아니라 볼의 품질이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올초 부상으로 부진한 틈을 타 상원고의 우동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상원고가 약체팀으로 전락하면서 전국대회 경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했다는 우동균의 가치는 점점 향상됐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우동균이었다. 174cm, 68kg로 다소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지만 타격능력을 높게 평가됐다. 타격의 달인인 장효조 스카우트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다. 마침 삼성은 야수의 세대교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있어 우동균의 지명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한화 이글스] 대전고 외야수 박상규 한화는 1차 지명 대상자로 3명의 카드를 놓고 고민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대전고 선수들이었다. 대전고의 투수 추세웅, 신재영과 야수 박상규는 지난해부터 1차 지명 대상자로 주목받아 왔던 선수들이다. 현재 청룡기에서 돌풍을 이끌고 있는 대전고의 저력도 이들로부터 나왔다. 박상규가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버티는 내야진에 비해 젊고 경쟁력 있는 외야수가 드물다는 것이 박상규가 주목받게 된 이유다. 수비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발군의 장타력을 가지고 있어 한화의 팀컬러와도 잘 어울린다. [KIA 타이거즈] 군산상고 우완사이드암 투수 전태현
 군산상고의 에이스 전태현은 사이드암으로 뛰어난 구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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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가 군산상고 출신 선수를 1차 지명한 것은 전신 해태 시절 89년 이광우(현 KIA 2군 재활코치) 이후 19년 만이다. KIA로 바뀐 이후는 처음이다. 그간 광주일고나 광주상고(현 동성고), 진흥고로 이어지는 광주지역의 탄탄한 기반은 전남, 전북출신 선수의 1차 지명을 허락지 않았다. 이런 '텃새'를 뚫고 지명된 전태현은 사이드암으로 시속 145km까지 형성되는 빠른 볼을 구사한다. 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예리한 슬라이더도 일품이다. 투구폼이 유연하지 못하고 전국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지만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믿음을 줬다는 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쟁자인 연세대의 임창민과 광주일고의 정찬헌도 훌륭한 재목이지만 우완정통파 투수들이 즐비한 KIA의 사정상 전태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두산 베어스] 성남고 좌완투수 진야곱
 성남고의 에이스 진야곱은 많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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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진야곱을 지명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LG가 이형종을 지명한 상황에서 장충고의 최원제, 신일고의 이대은, 충암고의 홍상삼과 같은 선수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최원제의 탈락은 많은 의문을 남겼다. 이변의 주인공인 진야곱은 시속 140km 초반까지 이르는 볼을 구사해 스피드 면에서는 프로에서 보완이 필요한 선수다. 투구폼도 백스윙을 더욱 간결하게 하고 정지동작을 없애는 등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에서 필요한 좌완투수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침착한 경기운영과 영리한 투구를 펼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고교야구에서 보여지는 모습에 비해 아직 발전의 여백이 많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려됐다. [SK 와이번스] 동산고 우완투수 황건주
 동산고의 에이스 황건주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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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안개 속이었던 SK의 1차 지명은 동산고의 황건주로 낙점됐다. 황건주는 지난해부터 팀의 에이스로 주목받아왔지만 전국대회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부상을 당하는 등 경쟁자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황건주는 어떤 투수보다 발전 가능성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속의 향상이 필요하지만 안정된 투구폼을 바탕으로 제구력이 좋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저학년 때부터 마운드의 중심으로 뛰어왔고 타격에서의 재능도 있어 공수양면에서 수준급 활약을 보인 바 있다. 제물포고의 투수 박시영은 이런 황건주를 상대로 추격의 중심에 있는 선수였다. 박시영은 볼의 스피드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왔다. 하지만 제물포고가 청룡기 1회전에서 탈락하는 등 1차 지명을 앞두고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해 경쟁에서 밀리는 결정적 계기를 자초했다. [롯데 자이언츠] 경남고 포수 장성우
 경남고의 포수 장성우는 호쾌한 장타력을 갖춘 재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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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연고지 최고의 야수를 지명했다. 경남고 포수 장성우가 그 주인공이다. 장성우는 블로킹이나 세밀한 플레이에 보완이 필요한 포수다. 하지만 강견을 가졌고 공격력은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장타력에 강점을 보이는 장성우는 지난해부터 4번 타자로서 각광을 받았다. 향후 강민호의 출장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면 이번 지명은 대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같은 팀의 좌완투수 겸 외야수 하준호와 마산고의 투수 겸 포수 김민식, 부산공고의 좌완투수 박용운이 경쟁자로서 거론되곤 했으나 1차 지명자로서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넘지 못했다. [LG 트윈스] 서울고 우완투수 이형종
 서울고의 에이스 이형종은 눈물의 역투로 스타덤에 올랐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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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그 어떤 구단보다 가장 먼저 1차 지명자를 낙점한 구단이다. 대상자는 서울고의 에이스 이형종이었다. 지난해 LG는 연고 라이벌 팀인 두산에게 이용찬과 임태훈이라는 걸출한 선수를 빼앗기면서 자극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41회 대통령배가 끝나고 '눈물의 역투'로 스타덤에 오른 이형종과의 계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형종은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빠른 볼을 구사하는 전형적인 우완정통파 투수다. 야수로서도 중심타선에서 공격적인 타격을 펼친바 있다. 다만 신장에 비해 빈약한 체중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며 안정감이 떨어지는 투구폼은 보완해야 한다. 프로에서 족적을 남기기 위해선 투수로서 더욱 강인한 마인드도 필요하다. 2차 지명 어떻게 될까? 1차 지명이 완료되면서 치열한 2차 지명이 예고되고 있다. 2차 지명에는 1차 지명에서 밀린 선수들과 유급이나 전학규정으로 1차 지명 대상자가 아니었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다. 현 시점에서는 장충고의 최원제와 성남서고의 이범준, 광주일고의 정찬헌, 제주관광산업고의 김수완, 충암고의 홍상삼, 경남고의 하준호와 같은 빠른 볼을 구사하는 투수들이 2차 지명의 핵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밖의 선수들도 다음 대회의 결과에 따라 주목받을 수 있다. 선수들의 가치는 대회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주식'과도 같다. 이제 스카우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의 누구보다 치열한 '생존경쟁'도 이제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prealist
1차 지명 우동균 박상규 전태현 진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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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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