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 게시판이 뜨겁다. 평소 하루 평균 20개 안팎이던 게시판에 22일에는 오후 2시까지 5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서울 중립 경기를 치르면서 더욱 뜨거워진 배구 열기를 실감할 수 있는 단면이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다소 불미스러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21일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렸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 때문이다.
 KOVO 게시판은 김연경의 퇴장과 징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KOVO 게시판 캡쳐

3세트의 터치아웃과 5세트의 중앙선 침범 @BRI@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파트너였던 흥국생명과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4라운드까지 네 번의 맞대결 중 세 번이나 풀세트 접전을 벌인 라이벌이다. 21일 경기에서도 두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으로 배구팬들을 열광케 했다. 여자 배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명승부가 얼룩지기 시작한 것은 3세트. 도로공사의 레이첼 밴 미터는 23-23에서 2점짜리 백어택을 시도했고, 공은 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양 팀 선수들은 동시에 손을 들어 환호했지만 최정순 주심은 레이첼의 범실로 판정했다. 그러나 중계방송을 했던 KBS 카메라에는 블로킹을 시도하던 김연경의 손가락이 꺾인 것이 분명하게 잡혔다. 25-23으로 세트를 끝낼 수 있었던 도로공사는 최정순 주심의 오심 때문에 오히려 23-25로 3세트를 빼앗긴 것이다. KOVO 게시판을 시끄럽게 만든 '사건'이 터진 것은 마지막 세트 14-14 듀스 상황. 흥국생명 김연경이 왼쪽에서 때린 강타가 레이첼의 손에 맞고 코트에 떨어졌고, 최정순 주심은 흥국생명의 득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도로공사 김사니 세터는 김연경이 중앙선을 침범했다고 지적했고 최정순 주심은 부심과 선심을 불러 합의한 끝에 판정을 번복, 도로공사의 득점을 선언했다. 이에 격분한 김연경은 거칠게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고, 10여분간 경기가 지연된 끝에 도로공사가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여자배구 대들보 김연경에게 큰 실망" V.S. "어린 선수의 실수, 격려해 주자"
 김연경은 23일 열리는 상벌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 KOVO
주심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선수들의 항의로 명승부는 빛을 바랬고, 게시판에는 이 경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아이디 'fight246'를 쓰는 네티즌은 "겨우 20살밖에 되지 않은 김연경이 아버지뻘 되는 심판에게 과격한 욕설을 퍼부은 것은 잘못"이라며 "한국여자배구를 빛낼 대들보인 김연경 선수에게 많이 실망했다"며 김연경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 일침을 가했다. 반면에 아이디 'tkfkdgjsl'를 쓰는 다른 네티즌은 "김연경 선수를 무조건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그러나 아직 어린 선수이니 만큼 이번 일에 반성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다독여 주자"며 김연경에게 격려를 보냈다. 김연경 퇴장 후 선수들을 철수시키며 경기를 지연시킨 흥국생명의 황현주 감독도 22일 KOVO 게시판에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황현주 감독은 "심판 판정 번복에 대한 저의 이의제기 방법상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뉘우치고 있으며 김연경 선수 또한 거친 항의에 대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라며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한국배구연맹은 오는 23일 낮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KOV0 연맹 사무실에서 거친 항의를 한 김연경과 황현주 감독,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혼선을 일으킨 최정순 심판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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