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행어사>
ⓒ 대원 C&A
만화가 양경일은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름임과 동시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양경일의 데뷔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뷔작인 <소마신화전기>는 발매 당시만 해도 '무협, 판타지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작품이지만 그림 하나는 볼 만하다'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협과 판타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야기와 처음부터 인정받은 그림이 탄력을 받으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해외 수출과 온라인 게임 제작으로 발전하였다. 그 후 윤인완이라는 작가를 만나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바로 <아일랜드>다.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퇴마물인 이 작품 역시 탄탄한 구성과 화려한 그림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이미 <소마신화전기> 때부터 해외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양경일은 <좀비헌터>에서 일본인 작가와 호흡을 맞춘다. <좀비헌터> 역시 양경일의 강렬한 그림을 볼 수 있는 호러물 작품이다. 하지만 처음에 언급했듯이 양경일이란 이름은 그 재미와 더불어 아쉬움을 주는 이름이다. 그 이유는 바로 끝맺음이 늘 약하다는 것이다. <소마신화전기> <아일랜드> <좀비헌터> 어느 하나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지 못한다. <소마신화전기>는 3부까지 연재 후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재를 중지한 후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으며 <아일랜드> 역시 흐지부지한 결말로 아쉬움과 빈축을 샀다. <좀비헌터> 역시 일본인 작가와 불화설이 돌며 4권 발매 이후 진행이 중지된 상태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은 모두 <신암행어사>의 발매로 덮어 버릴만 했다. 그만큼 <신암행어사>는 화제가 될 만했다. 국내 만화가로는 유일하게 일본 대형 출판사인 소학관에서 발행하는 월간 잡지에 연재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재 후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큰 인기를 끌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개봉 후 <신암행어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아쉬움은 극장판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먼저 작화의 문제다. 팬텀 솔져의 디자인과 소환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인데도 들쭉날쭉하는 등장인물의 얼굴과 엉성하게 처리한 배경은 관람 내내 눈에 거슬렸다. 특히 작품의 영웅 격이라 할 수 있는 산도 '춘향'의 얼굴이 일정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이야기와 일화 선정의 문제다. 이미 만화책을 본 관객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데다 군데군데 눈에 띄는 작화의 아쉬움으로 지루한 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대사 선정과 목소리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사는 왠지 작품과 혼연일체가 되지 못하는 듯했다. 성우들 역시 각자의 개성과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특히 뛰어난 성우인 구자형, 김승준이 출연했는데도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 꽤 아쉬웠다. 그럼에도 <신암행어사>는 완전히 덮어버릴 수는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아쉬움이 많지만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대형 화면으로 원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 '아지태'의 존재를 이야기함으로써 극장판 2기를 예고하고 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신암행어사>. 1기의 아쉬움을 바탕으로 다음 극장판을 준비한다면 더 높은 완성도를 지닌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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