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전국 6곳의 경기장에서 동시에 2004 K리그가 시작됐다. 각 팀간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총 156경기를 치르는 2004 K리그는 지난 시즌과 달리 상당히 많은 변화 요인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했다.

특히 인천을 연고로 창단한 13번째 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리그 참여와 서울시의 갑작스런 연고 이전 추진을 통해 서울에 입성한 FC서울(전 안양LG 치타스)은 그 이유가 좋든 나쁘든 화제가 되었던 팀이었다.

개막 이전 ‘FC서울’의 연고지 이전에 관한 기사의 불공정성

언론은 이미 연고지 이전에 대해 “월드컵 4강국으로서 수도 서울에 프로축구단은 꼭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고,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연고지 이전 추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전 연고지역민(안양시, 시민, 서포터즈)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에서는 안양시민과 서포터즈, 타 K리그 팀의 대다수 팬들에 의해 제기되던 연고 이전 부당성 주장에 대해 자세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그나마 단신에 그쳤다.

또한, 3년 전부터 서울팀 창단을 주도해왔고, 무려 14만명의 서명을 받아낸‘서울FC서포터즈 레드파워’ 등의 활동 역시 기사화 하지 않았고, 오로지 K리그 발전을 운운하며 이미 서울시에 의해 내정되어 있던 LG구단의 연고 이전에 관한 동향 기사에만 집중한 것이 사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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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개막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만 열렸는가?

4월 3일 오후 3시 전국 6개 경기장에서는 2004 K리그가 화려하게 개막했다.

새롭게 리그에 참여한 인천유나이티드, 중국 충징의 별 이장수를 영입한 전남드래곤즈, 작년도 팀성적이나 관중동원 면에서 돌풍을 일으킨 대전시티즌 등 개막전부터 흥미진진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 4월 3일 대전 개막전. 대전시티즌 대 포항스틸러스 경기 중 대전 퍼플크루의 응원장면

ⓒ 이권재

특히 각 구장은 인천 문학 2만520명, 대전W경기장 2만352명, 광양 8203명 등 흥행면에서도 성공했고, 이따마르, 뚜따 콤비가 나란히 2골씩을 터뜨려 총 5골이 폭발한 전남 경기나, 리그 참여 후 첫 공식 경기를 가진 인천경기, 다채로운 개막행사를 준비해 관중들에게 호응을 얻은 대전경기 등 경기력면에서도 성공적인 개막전을 치러냈다.

그러나 이들 구장 경기에 대한 언론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래는 각 언론사의 프로축구에 관한 기사 제목이다.

2004 K리그 개막전 관련 각 언론사 기사 제목

◈ 방송
YTN (4/3 20:51) FC서울, 빠른 템포 공격축구 선보여①
프로축구 “서울시대” 활짝②
KBS (4/3 ‘뉴스9’) K리그 개막, 서울시대 열렸다.
K리그 전남 돌풍 예고
MBC (4/3 ‘스포츠뉴스’) 다시열기속으로
FC서울시대 활짝
SBS (4/3 '오늘의 스포츠‘) 반갑다! K리그

◈ 일반신문
조선일보 (4/4 17:36) K리그 출발... ‘서울의 봄’ 5만이 즐겼다
국민일보 (4/4 17:51) [K리그] 상암구장 4만 8000명환호
중앙일보 (4/4 17:51) 이장수 공격축구 ‘역시화끈’
한국일보 (4/4 17:36) 4만 7,928명 서울의 봄 오나
〃 (4/4 17:51) 이장수의 전남 돌풍의 핵
동아일보 (4/4 18:22) [프로축구] 용병돌풍, 하위팀 반란
경향신문 (4/4 19:43) 프로축구 ‘상암의 봄’ 관중신기록

◈ 통신사
연합뉴스 (4/3 16:18) <프로축구> 안티FC서울팬 그라운드 질주 시위
(4/3 17:02) <프로축구> 서울시대 ‘힘창 팡파르’
(4/3 17:30) 전남, 개막전 대승 ‘포효’
(4/3 18:32) [사진] 프로축구 훌리건?
(4/3 18:32) K리그 개막 만원 관중

뉴시스 (4/4 13:58) 프로축구 개막, 전남 광주 포항 울산 첫승 (단신)
(4/4 14:29) 전남드래곤즈 시즌 첫승, 모따 이따마르 2골씰
(4/4 14:59) <프로축구 단신> 안양 축구팬 기습시위

◈ 스포츠신문
스포츠투데이 (4/4 13:08) 상암 K리그 최다관중 신기록... 200여명 서포터스 응원
굿데이 (4/4 13:44) 김은중 동점골 ‘서울의 봄’ 자축
스포츠서울 (4/4 14:57) 프로축구 ‘서울시대’ 4만 7천 관중속에 팡파르

* 자료 :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검색 이용 / 방송사 순은 기사 게재 순서에 따름.



주요 방송들은 4월 3일 저녁, 주요 신문들은 4월 4일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방송, 게재했다. 기사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 통신사들의 개막전 기사는 FC서울과 부산아이콘스의 서울 개막전, 특히 FC서울에 초점을 맞춰 주요 기사로 다뤘다.

분명히 K리그 최다관중인 4만7천여명(구단 집계)이 운집한 서울 경기는 흥행에도 성공했고, 9년만에 서울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기라는 점 역시 뉴스거리가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다관중 동원 이면에 구단측에서 공짜표를 대량 배포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사커월드(www.soccer4u.co.kr), 피치닷컴(www.pitch.co.kr) 등 축구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상암 개막전 공짜표 배포 의혹이 네티즌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개막전 초청인사를 제외하고도 상당수의 관중이 입장한 대전, 인천, 광양 경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고, 특히 전남이 가공할 공격력을 보여준 광양 경기를 보도한 언론사가 3~4곳에 그친 점은 언론의 지나친 ‘FC서울 밀어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서울 경기 중 그라운드로 뛰어든 전 안양팬들의 기습시위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외면했고, <연합뉴스> 사진기사는 ‘프로축구 훌리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그들의 행동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뤘다.

물론 경기장 난입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LG구단의 연고지 이전시 보인 언론 보도 행태로 봤을 때 그들의 외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서울시와 LG구단이 연고이전을 추진하면서 누누이 외쳤던, K리그 부흥을 위한 서울 프로축구팀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여기에 천만에 이르는 인구와 세계 10대 경기장에 꼽힐 만큼 아름답고, 6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구장 등 프로축구단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인프라를 썩혀두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K리그는 이제 서울구단이 된 ‘FC서울’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축구팬만의 것이 아니다. 언론 역시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녔고, 이는 K리그 부흥을 위해 서울구단의 흥행이 필수적이라 할지라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분명 4월 3일 대한민국의 K리그에서는 12개팀이 전국 각지에서 개막전을 가졌고, 언론은 13개 팀의 소식에 대해 공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런 기준으로 비춰볼 때, FC서울의 홈 개막경기는 새롭게 창단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경기나, 무려 5골이 개막축포로 터진 광양의 전남 드래곤즈 경기에 비해 흥행면이나, 경기력 면에서 결코 우위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FC서울의 서울 홈 개막경기는 ‘K리그 최다관중 기록 갱신’이나, ‘9년만의 서울에서의 프로축구 경기’라는 것 못지 않게, 연고 팀을 잃어버린 안양팬들의 안타까운 외침 역시 함께 부각되어야 옳았다고 본다.

▲ 4월 3일 서울 개막전 경기장 밖. 서울시와 LG구단에 대한 걸개 시위 장면(서울FC서포터즈 레드파워)

ⓒ 최명수

2004-04-08 19:06ⓒ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사진을 협조해주신 서울FC서포터즈 레드파워 최명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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