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로축구구단 창설을 위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의 서울 출신 회원으로 구성된 '레드파워' 등이 중심이 돼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가운데 서울프로팀 창단 촉구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서울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서울 프로축구 구단 창설을 위해 내세우는 주장 중에 일부 문제점이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대한축구협회가 서울시에 갚아야 할 250억원의 일부 탕감 요구이다. 이 금액은 알려진 바와 같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건설비용 중 일부이다.

상암월드컵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약 2059억원. 이중 30%는 정부가, 30%는 서울시가 나머지 비용은 대한축구협회(250억원)와 월드컵조직위원회(200억원)가 내기로 했다. 하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한축구협회는 건설비용 250억원을 내놓지 못한 채 서울시에 빌리는 형식을 취했다.

서울시는 외부 금융사로부터 연 5%의 금리로 빌려 이 금액을 충당, 수준급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건설과 월드컵의 개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시로부터(?) 건설비용을 빌리면서 서울 프로축구 구단을 맡게 될 모기업으로부터 받을 축구발전기금과 복권 등 각종 수익으로 이를 갚겠다는 약속을 취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현재 서울 프로축구 구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현재에도 대한축구협회는 채무를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 미국의 워싱턴DC 유나이티드, 브라질의 바스코다가마,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등 3개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옥타곤'이 서울 구단에 참여한다고 언론에 보도된 이래 월드컵이 끝난 직후 국민은행과 KT가 관심을 보여 왔으나 실제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구단이 가진 상당한 장점과 홍보 효과는 인지하고 있지만 축구발전기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운 경기장 건설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서울시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전혀 원금 변제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연 5%에 해당하는 12억의 이자만 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시가 경기장 건설비용 일부를 탕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 많아졌다.

K리그 활성화를 통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 구단의 예처럼 시 차원에서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이러한 주장은 수도나 대도시에 프로축구 구단이 없는 국가는 현재 한국뿐이며 월드컵 성공적 개최의 열기를 이어나가야 할 필요성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면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를 당장 실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몇 백억의 원금과 월 1억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결국 서울시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서울시민 중 서울구단 창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민생경제 회복을 원하며 이를 반대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건설비용 탕감에 대해 근소한 차로 반대했다. 이유는 민생경제 회복이 우선이라는 이유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월드컵을 위해 서울에 신규 전용구장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서울시가 제안한 바 있던 잠실올림픽주경기장 개·보수는 왜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까.

축구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 국가이기는 하지만 지난 94년 미국월드컵은 신규 경기장 건설 없이 훌륭하게 치러졌다. 미식축구 경기장 등을 개·보수한 미국월드컵 경기장을 두고 시설이 허술했다는 비판은 전혀 없었다.

현재 서울시에 빚 탕감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은 서울구단 창설을 조건으로 빌린 자금을 서울구단 창설을 위해 탕감해달라는 식이다. 이는 어느 면으로 보나 전혀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으나 현재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사업에 상당한 예산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순식간에 일터를 잃어버려 생계가 막막해진 상인들에 대한 대책은 또 다른 예산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가 이 빚을 탕감할 정도로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한 스포츠지의 부장이 서울시가 축구 인기에 편승하면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을 폈지만 이는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의견이다.

당초 약속한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고 있으면서 서울시가 탕감해 준 비용으로 축구 인기를 올리고자 하는 대한축구협회측이 오히려 편승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이자도 내지 못하면서 빌린 돈을 탕감해 달라며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뻔뻔하다는 네티즌들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월드컵 열기를 K리그로 이어가고 서울구단 창설을 통해 한국 축구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K리그 발전과 인기 상승을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민들에게 빚을 떠넘기면서 서울구단을 만들자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도 많다.

100만인 서명운동이 상당히 진행된 지금 현재 1만여명 남짓한 사람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중간 결과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서울구단 창설 이전에 건설비용 부담금 변제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이 도리인 듯 싶다. 서울구단은 조금 늦게 창설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빚은 누군가가 반드시 갚아야 한다.

서울시민들이 뜻하지 않는 피해를 입지 않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서울시가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쳐야 할 것 같다.
2003-07-23 18:2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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