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에도 살아남았다"

지난 시즌 부천 SK는 그 어느 해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냈다. 최윤겸 현 대전시티즌 감독이 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일방적으로 해임된 이후 사령탑에 오른 트나즈 트르판(61) 감독이 한파의 진원지다.

모든 선수단의 겨울 휴가를 제한했으며, 전지훈련을 앞두고 '우열반' 편성이라는 술수까지 썼다. 트르판 감독으로서는 일찌감치 옥석 가리기를 마친 후 선수 스카우트 등으로 올 시즌을 맞이한다는 계산이었지만, 선수들이 맞이하는 감도는 달랐다.

40명의 선수 중 절반만이 터키로 전지훈련을 갔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마뉴엘 2군 감독과 함께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훈련을 하는 등 철저하게 모욕을 당했다.

전지훈련에서 그치지 않고, 2군 선수들은 낯 뜨거울 정도로 이동할 때면 관광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기존의 2군 선수들에게는 더 없는 기회였지만, 이성재 등 팀을 대표하던 스타 선수들에 있어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수치로 다가왔다. 부천의 '칼날 방침'은 1, 2군을 나누는데에 그치지 않았다.

베테랑 선수들인 이임생, 곽경근을 부산으로 F.A 이적시켰고 박철(대전), 김기동(포항), 최문식(미국달라스), 장형석(자유방출)등 6명이나 현금 이적 또는 방출시켰다. 구단 운영비 마련을 위하여 팀의 주축 선수들을 다른 팀에 비싸게 내다 팔아 대졸 신인들을 싼 값에 사들이는 방식은 이미 '부천용'으로 이미지화 된지 오래다.

J리그를 거쳐 성남에서 활약중인 윤정환과 터키로 진출한 이을용의 경우에는 계약조건까지 허위 발표했다.

부천구단으로서는 유럽의 선진 시스템을 따라 가는 것이라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미 부천 서포터인 '헤르메스'조차 등 돌린지 오래다. 야심차게 사령탑에 오른 터키 트르판 감독은 당장 베스트멤버 조차도 구성하기 힘들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미 시즌 전 청소년 대표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를 비롯해 각종 연습경기를 가졌지만 예상이 크게 비껴나가지는 않았다.

공수에 걸쳐 모두 허점 투성이지만, 트르판 감독으로서는 새롭게 입단한 신인 선수들이 호흡이 맞아 들어가고 있어 조만간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호언하고 있다.

구단으로부터 괄시받고, 팬으로부터 외면당한 부천구단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재정비해서 시즌을 치러낼지는 관심거리다.

포지션별 전망도

★ GK

올림픽 대표 출신의 최현이 골문을 책임진다. 지난 시즌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만큼 올 시즌에는 철벽방어를 보여 아마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지만 수비라인이 부실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최현을 제외하면 한동진만이 고작 백업으로 나설 수 있을 정도여서 백업 GK라인도 심각하게 부실하다.

신인 남현우와 남민호등은 경험적으로나 기량적으로나 많은 차이를 보여 최현과 한동진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DF

3백을 기본으로 3백과 4백을 병합한다. 장형석, 이임생, 박철등 주전으로 활약했던 노장선수들이 전원 팀을 떠났다. 최거룩이 부상에서 회복해 수비라인으로 돌아왔지만 윤중희와 신인 최형준이 함께 이끄는 수비라인은 아마추어 팀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청소년대표팀 출신의 박승광과 올림픽대표 출신의 최정민이 있지만 각각 팀 적응 실패와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출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말리 용병 다오는 아직 검증되지 않아 섣불리 기용하기에는 무리수가 많이 따른다.

4백으로 전환시 미드필더 라인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김성철과 진경선을 수비라인에 가담시킬 수 있어 수비라인의 전체적인 보강에는 유리하다.

★ MF

윤정춘과 남기일을 공격 투톱 바로 뒤에 놓아 공격을 두텁게 하는 선수 배치를 이룬다.

경희대 출신의 뛰어난 공격형 링커 이동근을 영입했지만 잔부상으로 경기 초반 출장이 어렵다.

따라서 당분간은 허리 싸움의 수적인 우위 보다는 윤정춘과 남기일을 앞세운 공격력에 기대를 걸어 보겠다는 생각이다.

좌우 윙백으로 출전하는 진경선과 김성철은 각각 아주대와 숭실대를 졸업한 신인 선수들이지만 신승호등 기존 선수들을 완벽하게 밀어냈다.

특히 김성철은 트르판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얻으면서 '트르판 황태자'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트라브존스포르로부터 받은 패트릭이 나서 포항으로 이적한 김기동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연습경기를 통해 보였던 윤정춘과 김성철을 윙으로 올리고 이동근이나 남기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새로운 선수배치와 전술을 펼쳐 보일 가능성도 있다.

★ FW

말리 국가대표 다보의 파트너로 누가나설지 매 경기 관심을 끌 전망이다. 체력이 약한 이원식을 선발로 투입하기 보다는 트라브존스포르로부터 이을용의 이적료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제임스를 우선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안승인과 박성철, 윤원철등 비교적 감각있는 골 잡이 들이 많이 버티고 있어 그나마 부천으로서는 공격진에 위안을 삼고있다.

과거 곽경근과 함께 팀의 주요 공격수로 활약하던 이성재는 경기 출장 여부조차 불투명하며, 이원식은 조커로 투입 될 전망이다. / 설성환
2003-04-25 14:2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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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커뱅크(기자), 축구닷컴(에디터), 풋볼매거진(기자), 한국일보(리포터), 전남드래곤즈 매치데이웹진(발행)을 거쳐 에히메FC(J리그구단), 이룸스포츠(선수관리팀장), 프라임스포츠인터내셔날(부사장)까지 에이전시와 마케팅 업무까지 다양한 스포츠 산업분야 현장을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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