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맨호빵맨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다.
일본 NTV
방탄소년단이 "앙팡앙팡"할 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싶으면서도 선뜻 생각나지 않았다. 어린이 치즈가 떠올랐지만 그건 아니겠지 하며 검색 찬스를 써보니 팥소를 넣은 일본의 단팥빵 안판(anpan)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방탄소년단의 신곡 제목 'Anpanman(안판만)'은 우리나라에서 '호빵맨'으로 불렸던 그 친구였다. 추억의 호빵맨!
일본의 만화가 야나세 다카시의 그림책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Anpanman은 1988년부터 일본 NTV에서 애니메이션 <날아라 호빵맨>으로 방영 중이기도 하다. 19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은 호빵맨.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다. 배트맨이나 슈퍼맨처럼 초능력은 없지만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배고픈 사람을 보면 자신의 얼굴을 떼어주는 착한 영웅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위급할 때 어디선가 슝 나타나는 스타 영웅이라면, 호빵맨은 오랜 시간 가까이에 머물며 곁을 지켜주는 소시민적 영웅이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을 호빵맨에 빗대 'Anpanman(앙팡맨)'을 노래한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오로지 음악과 무대 퍼포먼스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영웅이 아니라 가장 약한 영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서 방탄스러움이 묻어난다. 강해서 영웅이 아니라 약해도 영웅일 수 있다는 전복적인 발상은 방탄이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앨범명인 'LOVE YOURSELF' 시리즈의 핵심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 말하는 이 앨범에서 '나'란 강하고 만족스러운 나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족하고 결점투성이라도 '진짜 나'를 사랑해야한다는 게 일관된 메시지다. 타이틀곡 'FAKE LOVE' 가사를 보면 사랑 받기 위해 내가 아닌 가면을 쓴 채 인형처럼 행동하지만 그 끝은 결국 이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때 진짜 'LOVE YOURSELF'가 실현된다.
"되게 멋진 영웅이 내 낭만/ But 줄 수 있는 건 오직 Anpan""I'm not a superhero/ 많은 것을 바라지마/ I can be your hero/ 이런 말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어 정말/ 근데 꼭 해야겠어요 엄마/ 내가 아니면 누가할까/ You can call me say Anpan"이 노래가 좋은 건 솔직해서다. 보통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무엇을 이야기할 때 '나 그거 안 갖고 싶어'하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많다. 못 가지니까 안 가지고 싶다 말하며 자존심을 지키려는 거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는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아, 이대로도 멋진 걸' 하고 자신을 속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앙팡맨' 가사를 보면 "되게 멋진 영웅이 내 낭만"이지만 "I'm not a superhero"라고 인정한다. 내가 바라는 건 되게 멋진 영웅이 되는 거지만 지금 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에서 오히려 자신감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