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 '창귀' 뮤직비디오 캡처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나 이 노래에 너무 꽂혀서 계속 듣고 싶은데 주변에 누구 있어야 들음... 무서워..."
한 가요에 달린 댓글이다. 혼자 듣기 무서운 그런 희한한 가요가 있다면, 그건 필시 안예은의 노래일 것이다. 지난 1일 그가 발표한 '창귀'는 올 여름, 아직 제대로 된 공포물을 못 본 사람에게 필청 곡이 아닐 수 없다. 남은 더위를 모조리 가시게 해줄 테니.
정말이지 이런 유의 가요는 지금까지 없었다. '천재 싱어송라이터'에 이어 그의 이름 앞에 새로이 붙은 '호러송 장르 개척자'라는 타이틀이 딱이다. '상사화', '홍연' 등 한국의 고전적 정서가 깊이 밴 특유의 노래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안예은이 이번엔 한국적 공포를 노래에 담았다. 매 여름마다 '귀로 듣는 납량특집' 호러송을 발매 중인 그가 이번 해에 고른 주제는 바로 '창귀'인 것.
"게 누구인가 가까이 와보시게/ 옳지 조금만 더 그래 얼씨구 좋다/ 겁 없이 밤길을 거니는 나그네여/ 내 말 좀 들어보오/ 나뭇잎 동동 띄운 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 가오
나무아미타불 신령님이 보우하사/ 나무아미타불 신령님이"
창귀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혼(魂).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호랑이에게 예속되어 호랑이가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닐 때 앞장서서 먹이를 찾아 준다고 함". 이어지는 설명도 섬뜩하다. "창귀는 또 다른 사람을 범에게 잡아먹히게 해야만 범의 위권과 부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자, 창귀가 어떤 귀신인지 알았으니 이제 창귀가 등장하는 납량특집 한 편을 처음부터 감상해보자. 그 드라마는 가사 안에 다 들어 있다.
"나는 올해로 스물하나가 된 청년인데/ 범을 잡는다 거드럭대다가/ 목숨을 잃었소만/ 이대로는 달상하여 황천을 건널 수 없어/ 옳다구나 당신이 나를 도와주시게"
화자는 창귀이고, 길 가는 나그네에게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소개하며 "당신이 나를 도와달라"고 말한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말은, 앞서 설명을 들어 알겠지만 나그네 너가 나 대신 새로운 희생양이 되어줘야겠다는 협박과 다름없다. 죽이겠단 말이다. 왜 '혼자서는 무서워 못 듣겠다'는 댓글이 달리는지 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