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신의 구부러진 선> 포스터.
넷플릭스
1979년 스페인, 마르지 않는 샘 성모병원에 알리사 굴드가 입원한다. 이곳은 정신 병원인데, 이런저런 서류 가운데 입소를 권한 의사의 편지도 있었다. 그녀가 굉장한 지능을 앞세워 병원의 의사들을 농락할지 모르니 주의하기 바란다고 말이다. 입소 면담에서 알리사는 자신이 남편 엘리오도로에게 합법적으로 납치되었다고 밝힌다. 하지만 면담 의사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다. 서류에는 그녀가 남편을 3번이나 독살하려 해서 입소했다고 써 있으니 말이다.
편집증으로 공식 입소한 알리사, 얼핏 보면 지극히 정상인 그녀는 병원에서 여타 환자들과 다른 행보를 한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얼마 전에 병원에서 벌어진 환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해결하고자 함이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밝히길, 그녀는 사립탐정이고 죽은 환자 아버지의 의뢰로 병원장과 이미 얘기가 다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던 와중에 드디어 원장 사무엘과 만난다.
하지만 사무엘은 알리스를 전혀 알지 못할 뿐더러 그녀의 주장이 억지라고 한다. 그녀는 남편과 의뢰인에게 연락하면 모든 게 밝혀질 거라고 하지만 사무엘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원장을 제외한 병원의 선임 의사들 중 2명이나 자기 편으로 만든 알리스의 말솜씨와 매력이 사무엘에겐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그녀는 사립탐정으로 사건을 풀고자 잠입한 걸까? 그녀는 높은 지능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데 능한 환자일까?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최신작
스페인 영화들이 한국에서 은근히 자주 리메이크된다. 물론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이 압도적이지만 스페인도 적지 않은 게 의외다. 예를 들면 <슬립 타이트>가 <도어락>으로,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이 <발신제한>으로 리메이크되었고, 영화 아닌 시리즈이지만 <종이의 집>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전부 2010년대 이후 나온 작품들을 얼마 되지 않아 리메이크했는데, 스페인 영화의 장르적 강점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여기, 한 감독의 두 작품이 리메이크된 사례가 있는데 각각 <사라진 밤>과 <자백>으로 리메이크된 <더 바디>와 <인비저블 게스트>의 '오리올 파울로' 감독이다. 고유의 스릴러 스타일을 완성시켰는데, 헤어나오기 힘든 영화적 재미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런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건 당연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신의 구부러진 선>은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신작으로 스페인의 소설가 토르쿠아토 루카 데 테나의 1979년작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오랜 시간 동안 검증이 끝난 원작에 고유의 스타일을 확립하며 흥행몰이가 확실한 감독이 만났으니, 기대되는 건 당연하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버무려 전해 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