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말 세계 극장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아바타: 물의 길>은 국내에서 지난 14일에 개봉해 28일까지 2주 만에 전국 620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21일 '쌍천만 감독' 윤제균 감독의 야심작 <영웅>이 개봉했지만 8일 동안 전국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바타: 물의 길>의 대항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은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북미에서 미국의 이상기후 때문에 기대만큼 폭발적인 흥행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으로 개봉 12일 만에 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아바타: 물의 길>은 순제작비 4억 달러에 마케팅비만 약 2억 달러가 투입된 대작이지만 현재의 흥행추이로 보면 전작만큼은 아니라도 수익을 내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아바타: 물의 길>은 지난 2009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29억 2200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기록한 <아바타>의 속편이다. 지금까지 많은 속편 루머가 있었던 <아바타>는 여러 사정으로 제작과 개봉이 미뤄졌다가 13년 만에 속편이 공개됐다. 극장가에는 <아바타>처럼 속편 제작이 늦어지는 영화들이 종종 있는데 지난 1995년에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가족 판타지 영화 <쥬만지> 역시 속편 제작과 개봉에 매우 긴 시간이 걸린 작품이다.
 
 1995년에 개봉한 <쥬만지>는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1995년에 개봉한 <쥬만지>는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픽쳐스
 
속편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영화들

흔히 한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 주인공이 죽거나 지구가 멸망하는 등 소생이 불가능한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관객들과 투자사, 제작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속편 제작을 기대하게 된다. 물론 전편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기 위해서는 너무 늦지 않게 속편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 또는 기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속편제작이 무산되거나 당초 계획보다 훨씬 늦게 속편이 개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예 톰 크루즈를 일약 할리우드 최고의 미남배우로 만들어준 <탑건>의 속편은 1편과 2편 사이에 무려 36년이라는 공백이 존재한다. 제작 과정에서 전편을 연출했던 토니 스콧 감독이 고인이 되기도 했고 2019년 촬영을 끝내고도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수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선보인 <탑건: 매버릭>은 세계적으로 14억 8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관객들로부터 '36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가 명불허전의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패럴리 형제의 상업영화 데뷔작 <덤 앤 더머>도 속편이 나오기까지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짐 캐리가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 배우로 급부상하면서 '귀하신 몸'이 됐고 패럴리 형제 역시 <덤 앤 더머> 속편에 매달리기엔 다른 아이디어가 차고 넘쳤다. 결국 <덤 앤 더머> 속편은 청년이었던 두 주연배우가 50대의 중·장년이 된 2014년에 개봉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8년에 걸친 <비포> 3부작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9년 주기로 3부작 멜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링클레이터 감독도 대단하지만 같은 시기에 잊지 않고 세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두 주연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헌신 또한 돋보였다. 실제로 링클레이터 감독과 에단 호크, 줄리 델피는 2편 <비포 선셋>과 3편 <비포 미드나잇>의 각본작업을 함께 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속편 제작이 빨리 이뤄지는 편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속편 제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면서 전편과 속편의 간격이 길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2001년 8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친구>의 속편 <친구2>였다. 전편이 개봉한 지 12년이 지난 2013년에 개봉한 <친구2>는 유오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교체됐다. 특히 장동건이 연기했던 동수의 아들 성훈 역은 떠오르는 신예 김우빈이 맡았다.

정글에서 돌아온 소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
 
 영화로 크게 흥행한 <쥬만지>는 실제 보드게임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영화로 크게 흥행한 <쥬만지>는 실제 보드게임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픽쳐스
 
<쥬만지>는 1981년 크리스 반 알스버그 작가가 쓴 단편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동화에서는 주디(커스틴 던스트 분)와 피터(브래들리 피어스 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앨런 패리시(고 로빈 윌리엄스, 아담 한-바이어드 분)와 사라 휘틀(보니 헌트 분)은 영화 버전에서만 나온다. 6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쥬만지>는 세계적으로 2억 6200만 달러, 국내에서도 서울관객 54만이라는 뛰어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쥬만지>는 '쥬만지'라는 보드게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면서 가정과 사회가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주인공 일행이 게임을 통해 혼란을 해결해 나가는 가족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다. 영화 속에서 정글은 물론이고 우주까지 실감나게 표현하는 2020년대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조악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쥬만지>는 당시 게임 속에서 사자와 원숭이 등 각종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매우 훌륭하게 구현했다.

초등학생 어린이가 친구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다가 정글로 빨려 들어가 26년 만에 아저씨가 돼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앨런을 연기한 배우가 고 로빈 윌리엄스였기 때문이다. <후크>와 <알라딘> <토이즈>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을 통해 누구보다 가족물에 특화돼 있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쥬만지>에서도 이질감 없이 정글에서 26년을 살다 온 13세 소년 앨런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1995년 1편이 나온 <쥬만지>는 22년이 지난 2017년이 돼서야 공식적인 속편 <쥬만지: 새로운 세계>가 개봉했다. 1편의 주역 로빈 윌리엄스는 이미 2014년 세상을 떠났지만 드웨인 존슨을 비롯해 케빈 하트, 잭 블랙, 카렌 길런 등이 가세해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 나갔다. 2017년에 개봉한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세계적으로 9억 6200만 달러, 2019년에 개봉한 <쥬만지:넥스트 레벨>도 8억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쥬만지>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쥬만지>를 연출한 조 존스톤 감독은 <스타워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며 할리우드에 입성해 1989년 <애들이 줄었어요>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쥬만지>에서도 존스톤 감독의 전문분야인 특수효과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고 2001년에도 많은 특수효과가 필요한 <쥬라기 공원3>를 연출했다. 마블 영화의 팬들에게는 캡틴 아메리카의 첫 번째 이야기인 <퍼스트 어벤저>를 만든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누구보다 화려했던 커스틴 던스트의 아역시절
 
 커스틴 던스트는 90년대 중반 <쥬만지>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최고의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커스틴 던스트는 90년대 중반 <쥬만지>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최고의 아역배우로 활동했다.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픽쳐스
 
1990년대 활동한 아역배우 중 가장 성공한 배우를 꼽으라면 많은 관객들은 '영원한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이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품은 성년의 문턱에서 출연했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였고 아역 시절의 명성은 이 배우에게 미치지 못한다. 바로 야무진 연기와 귀여운 외모로 아역시절부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스파이더맨의 '1대 MJ' 커스틴 던스트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꼬마 뱀파이어 클로디아를 연기하며 귀엽고 신비한 매력을 뽐낸 던스트는 <작은 아씨들>에 이어 1995년 <쥬만지>에서 주디 셰퍼드를 연기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모, 동생과 사는 주디는 어른스런 성격으로 무늬만 어른인 앨런, 사라 대신 게임을 주도해 나간다. 주디는 영화 후반 보라색 꽃의 독이 퍼져 목숨이 위태로워지지만 앨런이 게임을 클리어하면서 태어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앨런과 쥬만지 게임을 하다가 박쥐 떼의 습격을 받고 도망가 2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롭게 지내온 사라는 26년 만에 30대 후반이 된 앨런을 만나 게임을 재개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게임을 마친 사라는 시간이 흘러 앨런과 결혼을 하고 무사히(?) 태어난 셰퍼드 남매를 만난다. 사라를 연기한 보니 헌트는 현지에서는 배우보다 성우로 더 유명한 인물로 주로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여러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쥬만지 조 존스톤 감독 고 로빈 윌리엄스 커스틴 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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