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개봉해 310만 관객을 모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영화의 엔딩은 대한민국 학교의 족구 보급을 걱정하며 학교생활을 정리한 현수(권상우 분)가 재수학원을 다니다가 기분전환 삼아 영화관을 찾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현수와 함께 극장을 찾은 친구는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던 우식(이정재 분)도, 짝사랑하던 소녀 은주(한가인 분)도 아닌 학급의 도서 보급(?)을 위해 힘쓰던 햄버거(박효준 분)였다.
햄버거는 기분전환을 위해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영화를 함께 보자며 극장 앞에서 현수를 설득한다. 하지만 현수는 이미 햄버거가 본 영화이기 때문에 두 번 볼 필요가 없다며 다른 영화를 보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수가 다른 영화를 보려고 했던 진짜 이유는 햄버거가 두 번이나 보려 할 정도로 좋아하는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현수가 우상으로 생각하는 액션스타 고 이소룡의 자리를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현수와 햄버거는 어떤 배우가 더 뛰어나냐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각자 아시아를 대표했던 두 명의 액션 히어로로 빙의해 장난스런 대결을 벌이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마지막 장면처럼 1970년대 후반 아시아의 액션판도는 요절한 이소룡에서 이 배우로 옮겨가게 됐다. 바로 1978년(국내에선 1979년)에 개봉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영화 <취권>을 통해 액션스타의 세대교체를 알렸던 성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