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권우성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정부는 10월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애도 기간이 선포되었다고 해서 일상의 풍경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식당과 카페, 주점은 변함없이 영업을 이어갔다. 영화관에서는 여전히 신작 영화가 상영되었다. 프로 스포츠 경기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함성과 치어리딩 등이 제한된 정도만 평소와 달랐다.
반면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중 음악 공연장이다.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된 이후, 코요태, 이디오테잎, 백지영, 마이클 볼튼 등 많은 아티스트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물론 사회 보편적인 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핼러윈을 주요 테마로 삼은 EDM 페스티벌인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은 참사 다음 날인 3일차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핼러윈 축제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만큼, 많은 관객들이 핼러윈 콘셉트를 유쾌하게 즐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정도는 대부분의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에 있었다.
공연도 애도의 방식이다
그러나 모든 뮤지션이 공연장의 문을 닫기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아티스트의 의사에 따라 공연이 취소되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권고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뮤지션 생각의 여름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 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봅니다"라고 운을 떼고,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3일 서울 마포구 망원 벨로주에서 공연을 연 김사월 역시 "우리들의 노래를 통해서 서로를 위로하고 보살필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오는 19일에는 해머링, 박근홍, 박상도(써드스톤) 등 록 뮤지션이 함께하는 공연이 열린다. '기억 10.29: 뮤지션들의 추모'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수익금의 전액을 이태원 압사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음악과 애도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음악이 망자와 남은 이를 위로한 역사는 많았다. 2017년 5월 23일,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가 열리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했고, 1천17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그리고 테러가 발생한 지 2주도 되지 않았던 6월 4일, 아리아나 그란데는 맨체스터에서 'One Love Manchester' 콘서트를 열었다. 증오와 폭력에 맞서 '사랑'을 해답으로 내놓은 것이다.
추모 공연에서 흘러나온 것은 장송곡이 아니었다. 테러로 세상을 떠났던 이들이 좋아했던 음악을 떠올리며, 신나는 팝과 록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오아시스 출신의 리암 갤러거가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Live Forever'를 부른 장면은 이 콘서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너와 나는 영원히 살 거야'라는 노랫말에 수많은 청중이 눈물을 흘렸다.
9.11 테러 발생 이듬해인 2002년,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선 U2는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연주했다. 이 곡이 연주되는 동안 테러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무대 뒤 전광판에 엔딩 크레딧처럼 흘러나왔다. 아일랜드인인 보컬 보노는 품속에 새겨놓은 성조기를 보여주며, 미국 시민들에 대한 연대를 표했다.
죽은 자와 산 자를 쓰다듬는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