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캡처
C9엔터테인먼트
그러고 보면 윤하의 6집 앨범은 '사건의 지평선' 외에도 전체적으로 우주와 관련된 제목과 가사로 통일성 있게 짜여 있다. 수록곡 '오르트구름', '살별', '물의 여행', '별의 조각', '블랙홀' 등이 그것이다. 앨범의 곡들을 차례대로 들으면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윤하는 앨범을 소개하며 "우리는 선택한 대로 살아간다. 설령, 선택이 정해져 있더라도. 모든 선택은 고민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끝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시간을 일단락 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사건의 지평선'은 좋았던 날의 끝에 서 있는 화자가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며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슬픈 가운데서도 희망이 느껴지는 양가적인 감정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노랫말 중에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라는 부분이 마지막을 암시하게 해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지만/ 노력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니라서/ 마지막 선물은 산뜻한 안녕
하지만 '마지막 선물은 산뜻한 안녕'이라는 또 다른 가사에서 비치듯, 화자는 이별을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산뜻한'이라는 형용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이 노래의 특징은 이렇듯 반어적인 가사에 있는 듯하다. 조금은 어려운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제목은 심오한 가사와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신비롭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윤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이번 앨범을 통해 가감 없이 발휘했고, 대중은 늦게나마 이에 반응했다.
지난달 29일 방송한 JTBC 음악 프로그램 < 뮤직 유니버스 K-909 > 6회에 출연한 윤하는 이번 음원차트 역주행에 대해 "믿을 수 없고 거짓말인가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윤하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도 감개무량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댓글로 "윤하가 차트3위라니..." 하고 기뻐하며, 덧붙여 "이제라도 일반대중 상대로 '기다리다', '비밀번호486', '우리 헤어졌어요' 말고 윤하의 다른 명곡들이 빛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1위 가자!"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윤하의 곡 실력을 알아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윤하도 어마어마한 싱어송라이터였구나... '기다리다'도 본인 작곡이고 '사건의 지평선'도 자작곡이고. 거의 최근 앨범은 모두 본인 자작곡으로 채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