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조직폭력배는 대부분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악역으로 그려질 때가 많았다. 실제로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이나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를 보면 조직을 위해 목숨 바쳐 임무를 완수한 주인공 용대(박중훈 분)와 막동(한석규 분)이 조직에게 배신을 당하며 최후를 맞는다. 이는 당시 뉴스나 신문 사회면에서 접하던 폭력조직에 대한 기사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여름, 어느 신인 감독의 영화 한 편에 의해 조직폭력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한석규가 속한 도강파와 도강파 보스 제거를 위해 불사파라는 조직을 결성한 송강호가 영화 내내 독특한 웃음을 안긴 영화 < 넘버 3 >였다. 사실 < 넘버3 >를 단순히 '조폭 코미디'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기점으로 조직폭력배가 등장하는 영화를 가볍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형 조폭 코미디'는 2001년 들어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2001년 9월부터 약 3개월 사이에 차례로 개봉했던 세 편의 조폭 코미디는 나란히 서울에서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리고 2001년 추석시즌에 개봉하며 '조폭 코미디 흥행 3연타'의 시작을 알린 이 영화는 조폭 코미디 중에서 흔치 않게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로 신은경 주연의 조폭 코미디 <조폭 마누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