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또는 사회집단이 무력으로 상대국가를 해하는 행위인 '전쟁'은 인류가 일으킬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재난이다. 전염병과 기근,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다른 재난들과 달리 전쟁은 대부분 인간의 그릇된 욕심이나 신념에 의해 발생하는 '인재'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전쟁에 나서는 군인들은 단지 신분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관의 명령에 따라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사실 당사자나 유족들이 겪은 고통이나 상처를 생각하면 전쟁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함부로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영화계에서는 전쟁에 관련된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트로이>나 <안시성>처럼 고대전쟁을 다룬 영화부터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플래툰> <허트 로커>처럼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 벌어졌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있다. 사실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는 전쟁만큼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도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지금으로부터 72년 전,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휘두르며 싸워야 했던 한국전쟁이라는 큰 비극이 있었다. 7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 <태극기 휘날리며>와 <남부군> <고지전> 등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제작돼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유독 이 영화는 전쟁의 끔찍함이 아닌 평화의 소중함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 개봉해 전국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