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을 연기한 배우 박해일.
CJ ENM
박해일이 이번엔 형사로 돌아왔다. 더구나 그의 연기 경력에서 처음으로 맡은 형사 캐릭터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형사 장해준은 박찬욱 감독이 반복해서 강조해 온 현재의 대한민국에선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품위'를 품어야 했다.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의자 송서래(탕웨이)를 조사하며 묘한 관계의 전복을 경험하는 해준은 어쩌면 그 자체로 감독이 지금 이 세상에 제시하고 싶은 '클래식'한 인간상이 아니었을까.
24일 팔레 데 페스티벌 인근 호텔에서 박해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탕웨이와의 호흡? "너무 행복했을 정도"
의외였다. 형사 연기도 처음이라지만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도 처음이다. 감독은 박해일이 갖고 있는 특유의 의외성과 선함에 반해 그를 택했고,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제안했다고 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박찬욱이라는 창작자이자 그의 작품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의 세계에 어떻게 섞일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훌륭하게 나올지 호기심과 부담이 함께 존재했는데 호기심이 강력하게 컸다. (칸에 초청될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제가 잘해야 칸영화제에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컸다."
박해일이 해석한 해준은 형사하면 떠올릴 법한 전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 거친 말, 폭력을 전혀 쓰지 않고 피의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복기하는 버릇이 있다. 이를 두고 박해일은 "성실한 회사원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전했다.
유부남인 해준은 서래를 조사하면서 묘한 감정의 설렘을 느끼지만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그저 서래의 무죄를 향해 도움을 주거나 혹은 그 반대편에서 서래를 추궁한다. 얼핏 상반된 행동처럼 보이지만 서래 앞에서만큼은 유독 고질병인 불면증도 사라지고 본능적으로 자신과 같은 종족임을 직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