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한국 대중가요를 선곡해 들려주는 라디오 음악방송 작가로 일했습니다. 지금도 음악은 잠든 서정성을 깨워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날에 맞춤한 음악과 사연을 통해 하루치의 서정을 깨워드리고 싶습니다. [편집자말] |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 이 왜 있어야 하는지 괘념치 않는 남편을 둔 터이기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부의 중심이 적어도 내게는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인연의 실, 그 끝을 잡고 있다가 만나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산 지도 이제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가끔 농으로 " 아따! 우리 참 징글징글하게 살았네!"라는 말로 서로에게 지난했던 세월의 흔적을 상기하고는 한다. 그 사이 꽤 괜찮은 미소를 지녔던 남편의 얼굴엔 팔자주름이 깊게 파여 영락없는 중년의 모습이 되었고, 영원히 푸릇푸릇할 것만 같았던 내 마음에도 세월의 풍파가 가끔 지나가더니 골이 생기고 그림자가 드리우는 시간도 생겨났다.
결혼식 날 내 친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넌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었다. '아니 친구 결혼식에 와서 이게 할 말인가' 싶었지만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하네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워낙에 독립적인 데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새로운 가정을 이룰 때도 공부를 하러 외국으로 가겠다는 다소 불가능한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랬기에 갑자기 결혼을 한다는 통보를 했을 때, 열에 아홉은 '정말?'이라는 반문을 해왔던 걸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