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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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서 등장한 자료 화면, 1990년대 불광 문고,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불과 몇 십 년 전,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다. 격세지감은 바로 '불광문고'의 운명이 되었다. 25년 역사의 서점은 주인이 나누어주는 석별의 카네션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5년부터 심해진 적자, 임대료는 꼬박꼬박 올라갔다. 직원들 임금을 동결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하지만 더는 그 직원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고별 현수막을 달았다.
단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그것만은 아니다. 어느 동네를 가던 하나씩 터줏대감처럼 있던 서점, 하지만 동네 서점은 변화하는 세상과 조우하지 못했다. 2000년대 온라인을 중심으로 책값 할인 경쟁이 들불처럼 퍼졌다. 정가를 받으면 도둑놈 취급을 받았다.
2003년 도서 정가제를 법제화하였지만 무늬만 정가 판매제란 평가를 받을 만큼 온라인 서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다. 2014년에 법으로 정해진 도서 정가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별적 환경을 일괄적인 10% 할인율로 조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규모의 양을 직거래하는 온라인이나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은 출발이 달랐다. 이른바 '공급률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동네 서점은 75%의 원가로 책을 받고 15%를 마일리지 등으로 할인해 주고 나면 이익을 남기기 어려웠다.
결국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 중심, 그리고 대거 광고에 의존하는 베스트 셀러 중심의 출판 문화로 지형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출판 전문가는 여기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 '할인' 된 책값이 정말 할인된 걸까? 애초에 거품이 끼어있는 책값이라면? 실제 대형 서점에 가보면 이른바 '매대'라고 해서 일부 대형 출판사 출판물들을 중심으로 한 책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대형화되고, 일부 베스트 셀러가 주도한 출판 생태계는 그 '거품'에 대한 자정 작용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싸게 산다고 하지만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 생태계의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에게 돌아갈 것이라 경고한다.
게다가 코로나는 안 그래도 휘청거렸던 동네 서점에 직격타를 가했다. 41년 된 성동구의 도원서점, 나날이 찾는 사람들이 줄어 결국 널찍한 1층을 내어주고 조그마한 지하 공간으로 서점을 옮겼다. 그런데 설상가상 코로나는 그나마 매출을 반토막 냈다. 그런데 지원은 없었다. '시간 제한'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2020년 상반기 오프라인 서점 91.6%가 매출 감소를 겪었다. 평균 46.3%의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온라인 서점의 책거래는 증가했다. 통계는 '평균값'으로 냈다. 골목 상권인 서점의 피해는 통계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도서 정가제 법제화 이후 동네 책방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2015년 97개가 새로 생겼던 책방이 2020년에 들어 600개가 넘었다. 하지만 이제 책방들은 더는 '책'만 팔지 않는다.
문화 공간으로서의 동네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