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수화기 너머로 노회찬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영화과를 졸업한 지 6개월, 당시 지도교수였던 민환기 감독님의 목소리를 통해서였다. 여름날의 녹음만큼 익숙한 이름 석자였기에 그를 알고 있었냐는 감독님의 말에 "네" 하고 툭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그런데 외모를 포함해 어떠한 형태의 이미지조차 떠오르는 게 없었다. 말 그대로 이름만 아는 정도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날을 시작으로 나는 이름만 알고 있던 한 사람의 일생을 1년 동안 들여다보게 됐다.
그에 관해 아는 게 없으니 일단 무작정 머리에 집어넣어야 했다. 처음으로 노회찬 전 의원의 일기를 엮은 책 <노회찬의 진심>을 구매해 읽어보았다. 간결한 문체에 힘 있는 문장들이었지만 정치 문제에 대한 소견들을 적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내용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2004년 들어서서 가장 좋은 하루를 보냈다'라는 제목의 일기였다. 광릉수목원에 다녀온 날의 기록이었다.
차가 수목원 정문을 지나 서울로 향하자 권우석 보좌관이 5시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를 끄도록 했다. 숲향기, 피톤치드가 아직 콧잔등에 남아 있는데 '동물의 뉴스'는 나중에 들어도 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편안함을 느끼던 두 페이지짜리 쉼이 인상 깊었다. 설명을 잘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감수성이 있는 사람, 나에게는 그것이 노회찬 전 의원의 첫인상이었다. 책과 함께 그를 공부하기 위해 보았던 것은 2004년 MBC에서 한국의 진보 정치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3부짜리 긴 내용이었는데, 교과서처럼 잘 정리된 느낌이었다.
그의 일생을 그리는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