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를 공동 제작한 시네마6411 최낙용 대표(좌)와 명필름 심재명 대표.
더홀릭컴퍼니
영화는 고인이 정치인으로 입문하기 전부터 실천해 온 노동운동 과정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적절히 교차시키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내용엔 없었던 정의당 심상정, 이정미 의원의 증언을 비롯해 고인의 아내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김지선씨의 육성 인터뷰도 담겼다. 최낙용 대표는 "김지선씨의 경우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다"며 말을 이었다.
동료 의원들은 오래 함께 활동했기에 속 이야기를 많이 해주실 것 같았다. 전주영화제 때는 급하게 제출하느라 미처 넣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넣게 됐다. 김지선씨는 여러 차례 고사했으나 노회찬 재단을 통해, 그리고 평전의 저자인 이광호 작가님을 통해서도 설득하려 했다. 전주영화제 버전엔 노회찬 개인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개봉 앞두면서 개인이 보이다 보니 저도 여러 차례 울컥하는 지점이 있더라.- 최낙용 대표
그간 < 공동경비구역 JSA >, <바람난 가족>, <건축학개론> 등 상업적으로 크게 흥행한 작품을 만들어온 심재명 대표는 영화적 관점에서 이번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돌이켜 보면 명필름의 이은 공동 대표가 학부생 시절 영화 운동 집단인 장산곶매를 통해 <파업전야>를 만들었기에 그 정신과 통하는 지점이 있어 보였다(참고로 명필름은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태일이> 또한 제작해 왔고,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상업영화 마케터 출신이고, 이은 대표는 영화 운동을 해 온 사람인데 자연스럽게 명필름 영화들에 우리의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담겨 온 것 같다. <파업전야>가 공장노동자를 , <카트>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다뤘다. <노회찬 6411>도 일종의 사회 리얼리즘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가르치려 하거나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와 시대를 생각하게끔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심재명 대표
두 영화인이 바라본 노회찬
사실 심재명, 최낙용 대표 모두 고인과 사적 친분은 없었다. 비슷한 정치적 지향성을 품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대상이었다고 한다. 간접적으로나마 기억하는 노회찬이라는 개인에 두 사람은 "사적으로는 굉장히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었지만 공적으론 굉장히 에너지가 넘쳤다"고 전했다.
진보신당 창당 때 문화예술인들이 지지성명을 냈잖나. 그때 참여한 봉준호 감독, 배우 문소리와도 아마 사적으로 만나진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저도 막연히 지지하는 입장이었지. 이번 영화를 하며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전반적으로 진보 운동에 번아웃(burnout) 한 게 너무 안타까웠다. 평생을 노동운동가, 진보정치인으로 살면서 참 고단한 삶을 살았다 싶더라. 영화에 출연하신 분 중 고인을 이렇게 말씀한 부분이 있다. 노회찬은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아닌, 함께 비를 맞는 사람이었다고. 사람들의 그런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겠나. 진정으로 진보적이었던 사람이었다.-심재명 대표
1992년 무렵 제가 백기완 선생 선거본부에서 일했다. 그해 4월에 노회찬 의원이 감옥에서 나와 백 선생 중앙선거본부 실장을 했더라. 얼굴을 맞대진 않았지만 공통의 목표로 일한 기억이 있다. 그땐 다들 가명을 쓰거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일했던 때였다. 영화에선 편집됐지만, 초등학교 동창 분이 고인을 '어부를 해도 잘했을 사람'으로 표현한 말이 있다. 그만큼 한 분야 한 분야를 깊이 파고 좋아서 하는 사람이다. 청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며 다른 기회를 본인에게 주지 않고 정치 운동에 헌신한 셈이다. 존경스러우면서 미안하고 안타깝다. 뭘 하든 진심인 사람이다.-최낙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