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아이돌의 명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가 데뷔했다. 데뷔 전부터 이미 많은 유명세를 타고 있던 소녀시대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로 두 달 만에 케이블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정규 1집 발표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소녀시대보다 6개월 먼저 데뷔한 JYP의 5인조 걸그룹 원더걸스가 'Tell Me'라는 노래를 발표해 2007년 하반기를 점령해 버린 것이다.
원더걸스의 기세에 밀려 피해를 본 것은 2007년 11월에 발매된 소녀시대의 정규 1집이었다. 리메이크곡 '소녀시대'를 비롯해 'Kissing You', 'Baby Baby'같은 곡들이 들어있는 소녀시대 정규 1집은 신인 걸그룹으로는 상당히 높은 12만 8000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원더걸스 열풍에 밀려 '2등 걸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결국 소녀시대는 원더걸스가 미국진출을 선언하고, 대표곡 'GEE'를 발표한 2009년에야 1인자에 등극할 수 있었다.
가수가 신곡을 발표할 때도 그렇지만 영화가 개봉할 때도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 여러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면 제작사나 배급사는 물론이고 관객들에게도 썩 좋을 것이 없다. 때로는 충분히 잘 만든 영화가 묻히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역사상 손에 꼽히는 반전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프라이멀 피어>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