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 사람들이 마찬가지지만 미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미국 내 야구리그 결승전을 오만하게 '월드시리즈'라고 부를 정도.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올림픽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오다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덜미를 잡혔다. 당시 르브론 제임스와 앨런 아이버슨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NBA 스타들은 동메달을 목에 건 시상대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영화 쪽에서는 미국인들의 자부심이 더욱 크다. 할리우드라는 세계 최고의 시장을 보유했기 때문에 외국 영화, 특히 비 영어권 나라의 영화에 대해선 다소 심할 정도로 인색한 반응을 보인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시네마천국>이 1200만 달러, 개봉 당시 중화권을 완전히 평정했던 주성치의 <쿵푸허슬>이 1700만 달러 흥행에 그쳤을 정도. 작년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그래서 더욱 큰 이변으로 꼽혔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세련된 영상미에 눈을 빼앗기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관객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도 액션배우들이 총출동한 장예모 감독의 <영웅>이나 성룡, 이연걸 등이 출연한 액션 영화들은 까다로운 북미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고의 정점을 찍은 영화는 따로 있다. 무려 21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비영어권 영화 북미 흥행 1위 기록(1억2800만 달러,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