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백>에서 변호사 정인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키다리이엔티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한 편의 영화를 끌어가는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평소 본인이 즐겨보고 좋아했던 사회성 강한 장르물이다. 여러모로 들뜨고 기쁠 법한데 이 배우가 가장 처음 내놓은 소감은 '무서움'이었다. 영화 <결백>에서 살인 용의자가 된 엄마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 역의 배우 신혜선이다.
자수성가한 변호사지만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고향을 다시 찾게 되면서 정인이 겪는 일들은 유년 시절보다 더욱 가혹하기도 하다. "미묘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중요했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 것 같다"며 내심 그는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연기 베테랑과의 만남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에) 지금도 떨리고 무섭다. 개봉을 앞두고 긴장되기도 했는데 점점 무서움으로 바뀌는 것 같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이 빠르게 오고 그 결과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잖나. 부담감을 털고 빨리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영화는 부담을 느끼는 시간이 길더라. 약간 밀당하는 느낌이다(웃음). 코로나19로 개봉도 더욱 밀렸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직 사태가 끝난 것도 아닌데 극장에 관객분을 초대하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본래 제 모습과 정인은 많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 처음에 온전하게 이해하긴 힘들더라. <비밀의 숲> 때 맡았던 은수와 비슷한 느낌이다. 좀 더 성숙해진 은수랄까. 물론 은수는 엘리트 집안이고, 정인은 혼자라는 게 다른 점이긴 하다. 제가 시사 프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뭔가 무서우면서도 재밌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봐도 뭔가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파고들면 끔찍한 사건이 나오듯 <결백> 역시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는 발을 엄청 휘젓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신혜선에게 <결백>은 담담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치밀함이 있는 영화였다. 동시에 급성 치매를 앓게 된 엄마(배종옥)와의 관계 변화 또한 특징이다. 신혜선은 "제가 내공이 깊지 않아 배종옥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다"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