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백>에서 변호사 정인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영화 <결백>에서 변호사 정인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 키다리이엔티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한 편의 영화를 끌어가는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평소 본인이 즐겨보고 좋아했던 사회성 강한 장르물이다. 여러모로 들뜨고 기쁠 법한데 이 배우가 가장 처음 내놓은 소감은 '무서움'이었다. 영화 <결백>에서 살인 용의자가 된 엄마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 역의 배우 신혜선이다.

자수성가한 변호사지만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고향을 다시 찾게 되면서 정인이 겪는 일들은 유년 시절보다 더욱 가혹하기도 하다. "미묘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중요했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 것 같다"며 내심 그는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연기 베테랑과의 만남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에) 지금도 떨리고 무섭다. 개봉을 앞두고 긴장되기도 했는데 점점 무서움으로 바뀌는 것 같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이 빠르게 오고 그 결과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잖나. 부담감을 털고 빨리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영화는 부담을 느끼는 시간이 길더라. 약간 밀당하는 느낌이다(웃음). 코로나19로 개봉도 더욱 밀렸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직 사태가 끝난 것도 아닌데 극장에 관객분을 초대하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본래 제 모습과 정인은 많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 처음에 온전하게 이해하긴 힘들더라. <비밀의 숲> 때 맡았던 은수와 비슷한 느낌이다. 좀 더 성숙해진 은수랄까. 물론 은수는 엘리트 집안이고, 정인은 혼자라는 게 다른 점이긴 하다. 제가 시사 프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뭔가 무서우면서도 재밌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봐도 뭔가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파고들면 끔찍한 사건이 나오듯 <결백> 역시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는 발을 엄청 휘젓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신혜선에게 <결백>은 담담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치밀함이 있는 영화였다. 동시에 급성 치매를 앓게 된 엄마(배종옥)와의 관계 변화 또한 특징이다. 신혜선은 "제가 내공이 깊지 않아 배종옥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다"며 말을 이었다.

 
 영화 <결백> 관련 사진.

영화 <결백> 관련 사진. ⓒ 영화사 이디오플랜

 
"엄마와 재회하고 과거 일을 알게 되면서 정인이 겪는 감정 혼란을 사실 잘 이해하진 못했다. 배종옥 선배님이 현장에서 감정을 잡으시는 모습이 제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 분장하는 것도 못 보시게 하더라. 그리고 실제 촬영을 들어가는데 정말 불쌍한 엄마로 보이더라. 제가 현장에서 잘 물어보는 편은 아닌데 감독님이 글을 쓰셨고 가장 잘 알고 계실 것 같아 많이 의지하기도 했다. 구연 동화하듯 잘 설명해주셨다(웃음). 촬영 몇 회가 지나고 감독님이 '이제 정인의 눈빛이 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종옥 선배님은 (소문처럼) 무서운 분이 아니다. 그간 걸어온 자취를 전 알고 있잖나. 거기서 나온 아우라가 있다. 오래 봬서 그런지 선배님이 귀여우시다. 장난도 걸고 싶었다. 안 웃기면 안 웃고 웃기면 웃으시는데 그런 사람을 웃기는 희열이 있잖나. <결백>에선 서로 서먹한 모녀기에 카메라 밖에서도 긴장을 유지하려 했다. 선배님도 원했고, 저도 그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극중 친동생으로 나온) 허경도 열심히 하는 친구더라. 같이 연기하는데 압도되는 순간이 있었다. (극중 경찰로 나온) 태항호 오빠는 현장에서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셨다. 웃음을 참지 못할 때도 있었다. 제겐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촬영 이야기를 전하는 대목에서 신혜선은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외할머니가 이 영화를 엄청 기다리셨는데 못 보시고 최근에 돌아가셨다"라며 그는 "아무리 나이가 든 할머니라도 엄마는 엄마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가더라"고 말했다. 

 
 영화 <결백>에서 변호사 정인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영화 <결백>에서 변호사 정인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 키다리이엔티

 
"스스로에게 냉정, 이제 칭찬의 시간도 필요"

신혜선 하면 시작부터 한 계단씩 성장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데뷔 초 오디션 기회조차 얻지 못해 직접 프로필을 영화사에 돌리러 다니던 일화가 있다. 그 뒤로 단역, 조연, 주조연 역할을 맡아 가며 지금의 순간까지 오게 됐다. 도중에 지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신혜선은 연기가 간절하다고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어서 그런지 간절함을 품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보상심리 같은 게 생기더라. 작품을 더욱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재충전도 물론 중요하다.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번에 <결백>을 하면서 제 마음에도 휴식을 주긴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급속충전을 연구 중이다(웃음).

보시는 분이 제게 공감을 잘 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솔직히는 이번 영화가 잘되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나름 첫 주연으로서 안정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싶긴 하다. 하지만 모든 걸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개봉까지 했으니 좀 더 단련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 선배님들을 보며 열정을 배웠다. 제 경력 몇 배를 하신 거잖나. 속으로 감탄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다. 오래 연기하려면 열정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런 게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


반가운 소식은 배종옥, 신혜선 조합을 곧 촬영할 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혜선은 "너무 진짜 기대된다. 선배님이 해주셔서 너무 좋다"며 "입고 싶었던 한복도 입고, 쪽 머리도 하는데 열심히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포 장르, 재난영화, 오컬트물 등도 신혜선이 욕심내는 장르였다.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몇 작품을 더 했으려나 궁금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 나이 대의 발랄함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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