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현숙 역의 배우 채시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화투판에서 맞아 들어가는 패에 환호하고, 얼굴에 화장이 잔뜩 번진 채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던 김현숙은 온데간데없다.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종영 후인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마주앉은 채시라는 다시 우리에게 익숙한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여운만은 여전한 듯했다. "워낙 좋은 멤버들과 화합할 수 있었고, 많은 시청자가 좋아해 주셨던 만큼 끝나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는 채시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며 현숙처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중간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결말이 잘 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라마가 현숙이 자신의 자아를 찾고 새로운 시작을 맞는 것으로 끝나 좋았다"고 말했다.
"김현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와 희망 주고 싶었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 김현숙과 실제 채시라 사이엔 공통점이 별로 없다. 공감하기 어렵진 않았나."대본을 다 읽고 첫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정말 스펙터클하고 재밌다'였다. 그런데 두 번째로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니 내가 김현숙을 연기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왜, 시험 볼 때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하잖나. 그렇게 (표현하기) 난감했던 부분은 읽고 또 읽어 가면서 현숙에게 공감하려 했다. 다행히 현장에선 모든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그대로 표현하게 되더라."
- 특히 지금의 김현숙이 고등학교 퇴학 처분이 무효라는 소식을 듣고, 과거의 김현숙과 마주하는 장면은 뭉클했다. "'나 퇴학 아니래!'라고 외치는 그 장면에선 정말 벅차서 눈물이 났다. 드라마 말미에 그 대사를 맞이했다는 것 자체도 정말 기뻤다. 또 깜깜한 방에서 두 현숙이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도 좋았다. '공부하니까 재밌다' '나도 할 수 있었는데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라는 깨달음을 지금의 현숙이 그때라도 느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 하지만 일각에선 드라마 중후반이 김현숙과 박총무(이미도 분) 간의 요리 대결에 집중됐다는 점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와중에 김현숙이 절대 미각이라는 설정이 드러난 것도 그렇고. 여성의 자아 찾기가 꼭 요리로만 실현되는 건 아니지 않나. (웃음) "만약 현숙이 엄마 강순옥(김혜자 분)의 뒤를 이어 '안국동 김 선생'이 됐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현숙은 '나말년(서이숙 분)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며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들을 돕는 상담가가 되지 않았나. 박총무에게도 '나는 학생 팬이 많아 (요리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하니까. (웃음) 그런 점에서 더 마음에 드는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