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령 뉴스게릴라의 시드니통신

"한국에 있었더라면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금이 몇 갠지..."

호주에 머물고 있는 한인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호주 티비에서는 호주가 출전하는 경기 외에는 잘 방송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짧게 보여주고 지나가기 때문에 텔레비전으로 한국선수들의 경기를 보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한국이 호주랑 경기를 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채널7에서 중계해 주지 않는 한국경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기정황을 알아내거나 접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직접 경기티켓을 구해서 보러 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2-3시간씩 땡볕에서 줄을 서야 하거나 암표상에게 2배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난점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이 방법으로나마 표를 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십중팔구는 구하고자 하는 경기티켓이 이미 다 팔려서 허탕을 치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경기를 직접 보겠다는 욕망을 쉽게 접어 버린다. 그 외에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기장에 갈 수 없기 때문에 경기를 접할 수 있는 다른 루트를 찾게 된다.

우선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는 주위에 경기를 보러간 사람이 있다면 전화로 중간 중간 경기상황을 알아내는 것이다. 한 통의 모바일전화비로 자신은 물론이고 온 집안 식구들 혹은 친구들의 궁금증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로 이 방법을 통해 경기정황을 주고 받는다.

위의 방법이야 사람들이 간단한 경기상황이나 점수를 알고 싶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고, 비록 결과는 알고 있지만 경기 당시의 느낌을 받고 싶다면 가까운 비디오샵으로 달려간다. 2-3일 후면 한 방송 중 대부분이 비디오샵에 꽂혀 있기 때문에 한국방송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올림픽경기를 2-3일 후에 결과를 다 아는 상태에서 본다는 게 김빠지긴 하지만 극성스런 사람들의 경우엔 이 방법으로라도 경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만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이곳 사람들은 올림픽경기를 보고 싶어하고 관심을 가진다. 그러면 왜 이렇게 경기 소식을 접하는 게 힘든 것일까. 그건 다름 아닌 호주에서 시드니올림픽 중계방송을 맡고 있는 채널7의 방송양이나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림픽방송 중계에 독점권을 따낸 채널7이 호주가 출전하지 않는 경기는 잘 보여주지도 않으니 한인들의 올림픽경기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크겠는가.

이런 채널7의 중계방송에 대해 이곳 한인들은 "한국에서 티비로 올림픽경기를 보는 게 더 재밌을 건데 말이지"라며 한국방송에 대한 향수를 나타내거나 혹은 "이 땅은 다국적인으로 만들어진 나라라면서 왜 호주경기만 보여주는 거야"라며 채널7에 대해 분풀이를 하기도 한다. 얼마나 티비를 통해서 한국경기를 관람하기 힘들었으면 이런 얘기가 나올까.

그렇다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이 땅의 방송이 이렇게 감질나게 방송을 하는 동안 우리 나라 방송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방송3사가 거의 24시간 동안 줄기차게 올림픽방송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까지 열심히 보여준다니, 행여 자신들이 공식중계방송사라고 착각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인력과 시간이 남아돌 정도로 한가하거나....이유야 있겠지만 말이다.

이 곳사람들이 채널7에 대해 갈증을 풀지 못해 갖가지 루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혹은 한발 늦은 경기소식을 접하고 있을 때, 한국에 있는 시청자들은 올림픽중계 방송을 보며 진저리를 치고 있을테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차라리 호주의 채널7이 한국방송 3사에게 중계권을 넘기는 게 어떨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드는건 채널7의 탓인지 한국방송사들의 문제인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2000-09-29 16:4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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