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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메라 왔다"... 십년간 꺼지지 않은 세월호 엄마아빠의 '빽'

[인터뷰] 세월호 가족 문종택 아버지가 찍은 다큐 <바람의 세월> 개봉... "내레이션하면서 많이 울었다"

등록 2024.03.25 19:29수정 2024.03.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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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의 문종택 감독(고 문지성양의 아버지)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내부에 위치한 416TV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10년 동안 카메라를 들 수 있었던 힘은 부모님들이었습니다. 초반에는 하도 많은 언론들이 왜곡하니까 제가 카메라 들고 가면 부모님들이 '우리 카메라 왔다' '지성이 아빠 왔다'고 했죠. 4.16tv를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부모님들한테는 내가, 이 카메라가 위안이 되었던 겁니다. 노숙 투쟁할 때는 카메라가 없으면 부모님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니까 편집 끝나자마자 또 찍으러 달려가고 그랬습니다."

10년 전 4월 16일 이후 아빠는 "우리 목소리를 우리가 직접 전해야 한다"며 카메라를 들었다. "내 아이가 왜 죽어야 했나요?" 아빠는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외쳤고 동시에 언론이 만들어낸 날선 보도와 왜곡된 정보에 맞서야 했다. 평범했던 아빠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활동을 기록했다. 단원고 문지성 학생의 아빠 문종택씨가 만든 '4.16TV'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무려 10년. 3654일간 찍고 모은 영상은 5000여 개에 달했다. 언제, 어떤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유가족을 지키기 위해 찍기 시작한 영상이었다. 몇해 전부터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디어 활동가들이 "영화로 만들어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묻기 시작했다.

아빠는 고민 끝에 10년의 영상을 영화로 가장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고, 그간 세월호를 비롯한 우리 사회 참사를 영화로 만들어 온 김환태 감독의 손을 잡았다. 평범했던 '지성이 아빠' 문종택씨가 문종택 감독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연출한 <바람의 세월>은 오는 4월 3일,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개봉한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구 4.16TV 사무실에서 두 감독을 만났다. 

책상에 쌓인 피로회복제... 5000여 개 영상 하나하나 다시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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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의 문종택 감독(고 문지성양의 아버지)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내부에 위치한 416TV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문 감독은 이번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4.16TV 사무실에서 매일 새벽까지 그간 찍은 영상을 선별했다. 벌써 10년 동안 함께 해온 컴퓨터 모니터는 인터뷰 중간에도 몇 번을 깜박였다. 4.16TV를 시작한 이후 "촬영 후 편집, 편집 후 촬영이 일상이 됐다"는 그의 책상 한쪽에는 먹고 쌓아둔 빈 피로회복제 병이 가득했다.

"제 영상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10년 동안 기록해 온 영상만 50TB(테라바이트)에 달하더라고요. 그나마 제가 찍었던 영상들이니까 어떤 영상에 중요한 지점이 있는지 기억하는 건 다행이었는데, 추려내는 걸 혼자 하려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또 김 감독님이나 작가님들께 해당 장면이 왜 중요한지 설명을 곁들여야 해서 힘들었지요.

영화에 넣지 못해 아쉬운 장면들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정부안에 반대 등을 위해) 정부를 찾아갈 때마다 경찰이 막는 장면이요. 중요한 장면인데 당시에 부모님들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건 영화에 담지 못했어요. 또 유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만이 기록할 수 있는 장면들이 제 영상에는 많아요. 언론은 우리가 우는 모습을 주로 비추는데 참사 겪은 부모들도 여느 부모들처럼 웃기도 하거든요. 그런 영상을 많이 못 넣은 게 아쉽더라고요." - 문종택



이렇게 문 감독이 선별한 영상은 김 감독의 손을 거쳐 104분짜리 다큐로 재구성됐다. 그동안 문 감독이 찍어 온 영상들은 '기록'을 목적으로 했기에, 김 감독은 이를 영화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고민을 했다.

"지성이 아버님의 초창기 촬영본을 보면 정말 유가족들의 활동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이었던 게 느껴져요. 참사의 당사자이기에 절박함과 절실함이 담겨있거든요. 화면이 흔들리는 부분도 많았지만, 어쨌든 그 영상들을 영화로 만들어야 하니 어떻게 하면 영화적인 만듦새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 김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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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공동연출 김환태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을 문종택 감독(고 문지성양의 아버지)과 공동연출한 김환태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내부에 위치한 416TV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두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감정적인 어려움에도 부닥쳤다. 유가족인 문 감독은 "직접 내레이션을 했는데 녹음할 때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편집을 위해 원본 영상을 보던 중 특정 장면에 가슴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쩌다 보니 제가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맡았어요. 그런데 유가족들이 정부와 싸우는 장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들의 몸과 마음이 아파 힘들어하는 장면을 보며 내레이션할 때 감정선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때마다 김 감독님이 제게 '아버님 담담하게 하세요'라고 말씀하셨죠." - 문종택

"두 장면에서 제가 너무 많이 울었어요. 하나는 생존 학생들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등교하는 장면이에요. 아들, 딸을 떠나보낸 부모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하나하나 안아 주셔요. 학생들은 살아 돌아온 게 죄송한 듯 고개를 숙이고 학교로 들어가고요. 세상에 이런 비극이 어디 있을까요? 또 다른 장면은 5.18민주화운동(아래 5.18) 유가족들이 세월호 부모님들을 안아주는 장면이었어요. 국가폭력과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 우리 사회가 왜 이래야 하는 걸까요?" - 김환태

세월호 10주기, 바뀌지 않은 사회... "끊임없이 저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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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감독 문지성양이 담긴 배지가 카메라에 달려있다. ⓒ 이정민

 
두 감독은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외쳤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변화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저항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4.3 사건과 5.18, 대구 지하철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참사는 반복됐고 피해자는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정부도 국회도 좀처럼 도와주질 않아요. 결국은 피해자가 나서야 하죠. 그럼에도 훗날 지성이와 다시 만나는 날 떳떳한 모습으로 만나려면 저는 그날 지성이가 왜 죽었는지 알아야 해요. 지지부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저희는 10주기를 맞이해 활동에 더 박차를 가할 겁니다." - 문종택

"10년은 3654일입니다. 유가족들에게는 2014년 4월 16일이 3654번 반복된 거예요. 특히 탄핵정국 때 (국정농단 특검 당시) 수사를 했던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그런데 본인들이 수사했던 사람들을 다 풀어줬어요. 자기 분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사면, 국민의힘이 공천했던 도태우 예비후보의 5.18 폄훼 발언,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던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을 공천한 국민의힘을 보면 참 비참해요. 국민들도 3654일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10년 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바뀌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이지만, 끊임없이 저항하며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 김환태


"영화 보며 연대 고민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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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의 문종택 감독(고 문지성양의 아버지)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내부에 위치한 416TV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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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을 공동연출한 문종택 감독(고 문지성양의 아버지)과 김환태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내부에 위치한 416TV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마지막으로 두 감독은 영화를 찾을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많은 분들이 4월 16일을 기억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4월 16일부터부터 한 달이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아이들을 발견한) 날짜와 시간이 다 달라 각자에게 힘든 날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4월 16일 저녁만 되면 엄청 조용해집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새벽이 오기 전 암흑을 (아이가 발견될 날까지) 보름, 혹은 한달 가까이 보내야 하는 겁니다. 그 힘든 상황에 옆에 누군가 있다면 그 자체로도 힘이 됩니다." - 문종택

"많은 분들이 2017년 이후 유가족들의 상황을 잘 모릅니다. 특히 그때부터는 유가족들 옆에 붙어서 기록한 활동가나 기자들도 많지 않았어요. 다행히 지성이 아버님이 가진 영상들이 큰 힘을 발휘했죠.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10주기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과 어떻게 연대해 나가면 좋을지,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며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환태


<바람의 세월>은 지난 22일에는 안산에 있는 유가족을 대상으로 먼저 시사회를 진행했다. 26일에는 언론과 평론·배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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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을 공동연출한 문종택 감독(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왼쪽)과 김환태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내부에 위치한 416TV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바람의세월 #세월호참사 #416TV #문종택 #김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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