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한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기를 관리하고 무력 충돌을 예방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

등록 2024.02.29 16:20수정 2024.02.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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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언젠가 한국전쟁을 이렇게 볼 때가 오겠죠. 전투가 아니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적의 잔혹함이 아니라 전쟁의 잔혹함을 이야기할 날이, 오랫동안 끝나지 않았던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이야기할 날이,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날이요." - 이향규, <낯선 전쟁>, 국립현대미술관, 2020

불안한 휴전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남북, 북미 간 대화 채널은 모두 끊긴 채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소한의 신뢰 구축 장치인 남북 간 군사합의서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이렇게 오랜 기간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일은 없었다. 크고 작은 한미연합훈련이 쉴 새 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를 관리하고 무력 충돌을 예방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위협하는 자극적 언사와 군사행동의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를 불신하고 굴복시키려는 적대 정책은 지금까지 한반도 갈등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고 도리어 악화시켜 왔다. 지금 한반도는 언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롭다. 9.19 군사합의마저 무력화되어 완충 공간이 모두 사라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군사행동과 적대적 언사를 이어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한반도 전체 주민들을 핵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위기 관리 위해 소통 채널 복원해야

이러한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군사 행위와 위협을 멈춰야한다. 또한, 위기를 관리하고 우발적인 충돌을 관리하는 일이 절실하다. 서해 5도 주변 지역처럼 남북 간 합의된 경계선이 없는 지역에서 한쪽에서는 "사실상의 해양 경계선"에서 상대가 '도발'하면 '즉.강.끝'의 응징을 가하겠다고 군사훈련을 이어가고, 상대측에서도 "0.001mm라도 침범하면 전쟁 도발로 간주"하겠다고 맞대응하는 상황에서 사소한 오해나 실수가 전면전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대행동을 멈추고, 무력 충돌을 예방할 최소한의 대화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번의 전쟁보다 천 번의 대화가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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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 ⓒ 한반도 평화행동

 
접경 지역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단 살포

한반도 풍향이 바뀌는 3월에서 4월, 대규모 대북 전단 살포가 예상된다. 며칠 전 파주와 연천 지역에서 대북 전단이 살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접경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는 지속적으로 전단 살포를 반대해 왔다.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접경 지역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전달 살포는 냉전 시대부터 '심리전'의 일환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북한은 군사 대응까지 경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비록 '대북전단금지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으나, 처벌의 과잉을 문제 삼았을 뿐 전단 살포의 문제점과 제한의 당위성은 인정했다. 접경지역 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단체의 중단 조치와 정부, 지자체의 적극적인 단속이 절실하다.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시킬 한미연합군사연습


한미 정부는 오는 3월 4일부터 14일까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FS)'를 실시할 예정이다. 훈련 내용이나 규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략폭격기와 핵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 자산도 대거 전개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대북 선제공격과 지도부 제거 작전, 점령 후 안정화 작전 등을 포함하는 작전계획을 연습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대표적인 대북 적대 정책 중 하나로 그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정치적 긴장을 격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법을 찾는 것이다. 한반도 상황이 이토록 악화된 이유는 새로운 관계로의 전환을 합의하고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등 단계적 신뢰구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채 기존 적대정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제재와 압박은 상황을 악화시켜왔고,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적대 정책과 무력시위는 악순환을 심화할 뿐,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힘을 통한 평화'는 허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평화 공존을 위한 협상과 관계 개선만이 현실적이고 올바른 해결의 길이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재 고조되는 전쟁 위기를 관리하고 무력 충돌을 예방할 모든 방안을 강구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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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관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기 위해 미 의회 면담을 진행했다 ⓒ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

 
덧붙이는 글 이영아씨는 참여연대 활동가입니다. 해당 기사는 참여연대 블로그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한반도 #북한 #윤석열 #한미연합훈련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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