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배 고프지 않게 많이 주고 싶어요"

발달장애 아이들의 군산 새들강 생태 체험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하다

등록 2024.02.26 13:30수정 2024.02.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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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에서 여러 일정을 마무리하고 늦은 저녁 군산에 도착했다. 목요일, 중2 둘째 아들은 외삼촌 식구들과 함께 2박 3일 서울 여행을 떠났다. 고1 첫째아들도 친구와 함께 인디 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홍대 근처 공연장으로 향했다.


2주 만에 만난 옆지기와의 조촐한 시간, 그런데 쉴 수가 없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난 옆지기는 보름날 잡곡밥을 지어서 밖으로 나간다고 했다. 집에 혼자 있기 싫었던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동행을 택했다.

군산 초입에 있는 금강미래체험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과 함께 온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옆지기를 포함한 4명의 선생님이 함께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숲을 누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란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복권기금으로 지원된 사업으로 복권위원회,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주최하고 군산생태환경교육센터가 시행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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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금강하구둑 근처에 위치한 금강미래체험관 ⓒ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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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발달장애 아이들와 부모님들이 금강미래체험관으로 향하고 있다. ⓒ 김웅헌

   
간만에 숲해설가로 자원봉사를 나온 교육인 만큼 나는 몸으로 놀아주는 안전요원을 자처했다. 금강미래체험관 주변에는 벌써 산수유꽃이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도토리 샘으로 불리는 옆지기는 아이들에게 나무와 꽃과 식물과 새들을 자세히 가르쳐 줬다. 아이들과 함께 신우대 잎을 이용해 작은 배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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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 금강미래체험관에 핀 산수유꽃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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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도토리 샘이 나무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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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아이들이 대나무 잎으로 작은 배를 만들었다. ⓒ 김웅헌

     
전망대 올랐다. 군산 하구의 강과 바다와 너른 들. 그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시 숲의 인위적인 전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바람개비와 배지를 함께 만들었다. 약간은 과정이 어려웠으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너무나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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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하구 전경 ⓒ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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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미래체험관 내 연못 ⓒ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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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만든 바람개비 ⓒ 김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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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미래체험관 환경캠페인 배지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 김웅헌

       
간간이 비와 눈과 바람이 함께 했다. 아이들의 눈빛과 감성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렸다. 너른 나포 십자들에도 봄을 재촉하는 봄까치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하늘에는 기러기 떼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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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 나포 십자들에도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 김웅헌

 
너른 들판에는 다양한 색상의 마시멜로(곤포사일리지, 논에서 수확하고 난 볏짚을 발효시키기 위해 큰 덩어리로 돌돌 말아 비닐 안에 보관하는 것)가 가득했다. 아이들과 함께 기러기 먹이를 주기 위해 논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잊히지 않았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겠다는 기쁨에 물이 자작자작한 논을 뛰어다니는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날씨가 춥지 않았다면 제풀에 지칠 때까지 뛰어다니게 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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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십자들 너른 들판을 찾은 아이들은 새들을 보며 참 좋아했다. ⓒ 김웅헌

 
"선생님, 새들에게 먹이를 어떻게 주면 되나요?"
"곡식을 한톨 한톨씩 뿌려주지 말고, 기러기들이 찾기 쉽게 한움큼씩 논에 놓아 주렴."
"선생님, 선생님. 저 더 주세요. 새들이 배 고프지 않게 많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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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십자들 아이들은 철새 먹이주기를 엄청 좋아했다. ⓒ 김웅헌

 
먹이를 주는 순간에는 장애아동도, 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모두가 즐거워했다. 누군가에게 아니, 다른 생명체에게, 나에 작은 도움으로 인해, 내일도 내년도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박한 기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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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십자들 아이들은 철새 먹이주기를 엄청 좋아했다. ⓒ 김웅헌

 
금강미래체험관에서 너른 나포 십자들을 거처 생태공원까지. 처음 만남이었다. 낮 설은 순간이었다. 약간의 다름으로 인해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말하고, 서로서로 손잡고, 다 같이 체험했던 순간순간. 발달장애 아동도, 부모님도, 선생님도 다르지 않았다. 단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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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십자들 행사를 마칠 때까지 아이들은 지치지 않았다. ⓒ 김웅헌

 
#금강미래체험관 #군산생태환경교육센터 #발달장애 #복권기금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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