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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비행 그 후... 테일러 스위프트 왜 '빌런'이 됐나

남자친구 출전 슈퍼볼 관람 위해 전용기 띄워... 다시 촉발된 '탄소 배출' 논쟁

등록 2024.02.14 20:34수정 2024.02.1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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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더스의 슈퍼볼 경기 후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AP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또다시 '기후빌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최악의 탄소배출 운송수단으로 꼽히는 전용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밤 일본 도쿄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마친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음날인 11일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에 출전한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갔다. 그 짧은 순간 성층권에 내뿜은 탄소배출량은 미국인 3명이 1년 내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계산이다.
 
"온라인 비행 추적기에 따르면 스위프트가 '봄바디어 글로벌 6000'(개인 제트기)을 타고 도쿄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비행한 첫 번째 여정은 민간 연료 소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볼 때 50톤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발생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평균적인 미국인 3명이 2024년 내내 배출하는 탄소량보다 많다." (워싱턴포스트, 2024년 2월 12일)

스위프트의 대변인은 제트기 탄소배출을 대체할 만큼 탄소상쇄 크레디트를 구매했다고 답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그녀가 어떤 종류의 탄소상쇄 크레디를 얼마나 많이 구매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썼다.

더 많은 테일러 스위프트'들'

전용기는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여행 방식으로 손꼽힌다. 비행기는 성층권에 제트연료를 내뿜는 데다, 몇 사람 타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청정 교통 비영리 단체 '교통과 환경(Transport & Environment)'은 전용기가 상업용 비행기보다 5~14배, 기차보다 5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에도 이런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녀는 2022년 미국의 여러 매체로부터 '올해 가장 많은 탄소를 내뿜은 스타 1위'로 선정되며 누리꾼들로부터 '지구 혼자 쓰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국 디지털 마케팅 회사 야드(Yard)가 전 세계 항공기 사용을 추적하는 '셀러브리티 제트(Celebrity Jets)'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2022년 1월부터 7월 20일까지 유명인들이 전용기를 타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집계한 것. 그 결과 테일러 스위프트는 전용기 사용으로 탄소 약 8293톤을 배출해 '최악의 전용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진 유명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일반인들이 연간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인 7톤보다 무려 약 1184배 많은 양이다.' (뉴스펭귄, 2022년 8월 1일)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의 대변인은 그녀가 수시로 그녀의 전용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있다며 이런 결과를 그녀에게 모두 돌리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에게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탄소배출 1위였다면 2위, 3위의 탄소배출 셀럽은 누구였을까?
 
2위 미국 복싱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Floyd Mayweather)
3위 미국 래퍼 제이지(Jay-Z)
4위 미국 프로 야구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Alex Rodriguez)
5위 미국 가수 블레이크 쉘톤(Blake Shelton)
6위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7위 미국 모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8위 미국 영화배우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
9위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10위 미국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출처 : 뉴스펭귄)

그리고 이들 역시 비난을 한 몸에 받기에는 억울할 것이다. 사실 더 많은 테일러 스위프트들이 슈퍼볼이나 포뮬러1을 보기 위해 전용 제트기를 몰고 몰려들고 있다. 12일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슈퍼볼'을 보기 위해 사용된 개인 전용기 숫자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882대였다고 보도했다. 포뮬러1에도, 다보스포럼에도...
 
'대규모 이벤트는 전용기를 끌어모으는 경향이 있다. 비즈니스 비행 추적기인 'WingX'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포뮬러 1 경주를 위해 거의 1천대의 제트기가 라스베가스로 날아갔다. 2022년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 리더십 정상회담에 1000명 이상이 날아왔다.' (워싱턴포스트, 2월 12일)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탄소배출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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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가 있는 자와 없는 자, 1%와 50% 간의 탄소배출량 차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앙의 강도와 맞물려 갈등의 양상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 pixabay

 
물론 그들에겐 전용기를 타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딱히 이를 막을 권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런 식의 기후빌런 논란이 잠잠해질까? 그렇지 않다. 전용기가 있는 자와 없는 자, 1%와 50% 간의 탄소배출량 차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앙의 강도와 맞물려 갈등의 양상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이끄는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는 매년 '기후불평등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지난 2021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10% 부자가 글로벌 개인 탄소 배출량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배출하고, 하위 50%는 12% 밖에 배출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인 탄소 배출량면에서 상위 10%는 연간 1인당 평균 55톤을 배출하고 하위 50%는 7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상위 1%는 무려 180톤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 숫자들을 보며 당장 세 글자가 떠오른다. 탄소세. 내돈내산 자본주의라면, 가장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기후대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식이 탄소세가 아닐지.
 
'기후불평등보고서 2023은 강력한 정책적 유인을 권고한다.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탄소 소비를 3분의 1만 줄여도 인류가 하루 5달러 50센트의 빈곤선을 넘는 데 드는 '탄소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절대적 빈곤도 종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겨레 안영춘 칼럼, 2023년 2월 8일)



[참고 자료]
- Nicolás Rivero, 'Here's how many private jets besides Taylor Swift's ride landed in Vegas for the Super Bowl' (Washington Post, 2024년 2월12일)
- 조윤영, ''탄소배출 1위' 테일러 스위프트, 연인 보러 '탄소 최악' 전용기 띄워' (한겨레, 2024년 2월13일)
- 남주원, '"일반인의 1184배 배출"… 탄소 악당 셀럽 1위는?' (뉴스펭귄, 2022년 8월1일)
- 이용성, '탄소 배출 축제 된 수퍼볼... 전용 제트기 882대 날아왔다' (조선일보, 2024년 2월13일)
- 장다울 '기후위기 대응 허송세월 30년. 이제는 기후정의 위해 행동할 때' (그린피스 누리집, 2022년 11월5일)
- 안영춘, '초국적 '오염 엘리트'에게 탄소세를' (한겨레, 2023년 2월8일)
덧붙이는 글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만 매일 2시간 편성제작되고 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경기, 인천 전역에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테일러스위프트 #탄소배출 #개인전용기탄소배출 #탄소세 #기후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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