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사회... '젊은 김대중' 나와야 한다"

최경환 전 의원 군산 특강... "'김대중 리더십' 속에서 해답 찾아야"

등록 2023.12.14 10:18수정 2023.12.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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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생애사진전’ 기념사진(2023년 6월 9일) ⓒ 조종안

 
오는 2024년 1월 6일은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되는 날이다. 이에 관련 서적 출간, 다큐 영화, 연극, 서사 음악회 등 전국 규모 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마을(다음카페)'을 운영해 오고 있는 필자는 올 2월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김대중 대통령 군산기념사업회(아래 'DJ 군산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켰다.  

DJ 군산기념사업회 회원들은 지난 2월 전남 신안군에 자리한 '김대중 생가'에 다녀왔다. 6월에는 교복 차림의 10대 소년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김대중의 발자취가 오롯이 느껴지는 생애사진전('아름다운 발자국 인간 김대중')을 개최했다. 8월에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DJ 서거 제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김대중도서관 돌아봤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와 궤를 함께해온 '김대중', 그의 삶과 정신을 되새겨보는 'DJ 스터디'도 매월 진행하였다. 지난 주말(9일)에는 군산시 개복동에 자리한 문화예술 복합공간 '(스튜디오 몸·STUDIO MOMM)'에서 아홉 번째 'DJ 스터디'를 열었다. 이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최경환 전 의원 초청 강연으로 대신하였다.

그동안 스터디는 주로 회원들이 모여 전시할 사진을 선별하거나 주요 사건(71년 대통령 선거, 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97년 최초 수평적 정권교체 등) 중심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사 초청 강연으로 대체하고 주제('DJ의 사상과 리더십')도 정하였다. 특히 DJ 비서관 초청 강연은 군산에서 처음 시도되어 의미를 더했으며, 군산대 역사학과 2학년 왕성빈, 이성준 학생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감동 안겨준 대금 독주와 시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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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호 회원(국악놀이터 ‘쉼’ 대표)의 대금 독주 모습 ⓒ 조종안

 
특강에 앞서 한용호 운영위원의 대금 독주와 채영숙 '새노야' 단장의 시 낭송이 있었다. 대금은 김대중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의미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곡했고, 시는 <어느 대나무의 고백>(복효근)을 낭송하였다. 참석자들은 심금을 울리는 대금 독주에 맞춰 노래를 합창하였고, 진즉 고인이 된 임들을 기렸다.

참가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최 전 의원은 "자그만 행사지만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장면을 목격했다"며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대금 연주와 시 낭송은 너무나 예뻤고, 행사의 맛과 멋이 다르게 느껴졌다. 여러분은 일상적으로 한다고 하셨겠지만, 놀라운 시도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 전 의원은 전남대에서 강의 마치고 오는 길이라며 군산에 온 내력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DJ 추도식에 참석한 회원들과 함께 묘소를 참배한 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김대중 도서관 집무실, 동교동 자택 등을 돌아보며 느낀 점도 밝혔다.


"제가 오늘 이곳에 오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8월 대통령님 추도식 때 회원 여러분(10명)을 만나 느낀 게 있어서입니다. 동교동 방문객은 정치인 또는 정치와 이해관계에 있는 분이 대부분인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품위도 느껴지고, 생활도 안정된 분들 같은데 왜 추운 겨울에 하의도를 다녀오고 무더운 날 도서관을 방문하는지 궁금했죠. 그러면서 '아 이런 게 바로 김대중의 힘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그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고마움을 느낀 나머지 마음을 정했죠."
 

최 전 의원은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DJ를 떠올리며 "오늘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곳(강의실)도 무용 연습하는 문화예술복합 공간인데, 내가 광주에서 활동하면서 행사를 계획할 때도 항상 문화·예술 프로가 들어갔다. 뜻 깊은 공연이니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해서 큰 호응을 받았다.

DJ 인물화 감상으로 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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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삶을 살았던 DJ의 발자취에 대해 설명하는 최경환 전 의원 ⓒ 조종안

 
강의는 DJ 인물화 네 점(목포상고 시절, 71년 대선 후보 시절, 수인 번호가 선명한 죄수복 모습, 대통령 재임 시절 등)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기문 전남대 예술대학 교수의 작품으로 기적과도 같았던 DJ의 생애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작품을 설명하는 동안 실내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으며 이따금 탄식도 터져 나왔다.

최 전 의원은 "DJ는 현대사의 진정한 리더로 남이 보여주지 못한 독특한 리더십을 갖추고 또 실천했다"며 가까이에서 10년(1999~2009) 동안 보좌하며 직접 듣고 바라본 경험담을 들려줘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DJ의 험난한 정치 행보와 추구했던 정책에서 보여준 각종 사례(다양한 리더십, 원칙과 철학, 마지막 일기 등)를 제시해서 감동을 자아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은 김대중-오부치 선언(1988)으로 일본문화가 개방되고 외교 지평이 확대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이 성사되고 개성공단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DJ의 4대국(미·중·일·러) 보장에 의한 평화통일론을 설명하던 중 '카스라-테프트 밀약' 이야기도 나왔다.

최 비서관이 왕성빈 학생을 지목, '카스라-테프트 밀약'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자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1905년 7월 29일, 미국 육군 장관 태프트와 일본 내각 총리 가쓰라가 도쿄에서 밀약한 기록입니다. 일본은 한국, 미국은 필리핀을 점령하기로 상호 확인하는 내용이었죠"라고 명료하게 답해서 박수받았다.

앞으로 '김대중 정신', '김대중 테제'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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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끝나고 질의응답은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 조종안

 
최 비서관은 "대통령님은 고인이 됐지만 '김대중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수십 년은 '김대중 정신', '김대중 테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발전, 사회 정의 문화예술 발전, 세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찾는 일 등에서 DJ가 제시했던 정책과 사상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것. 최 의원은 이 모두 우리 몫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혼돈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달성됐다고 믿고 있었던 가치들이 부정되고 있는 걸 보면 당혹할 때가 있습니다. 다시 김대중 정신과 가치, 정책, 그리고 '김대중 리더십'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김대중 '가치'와 '리더십'으로 단련된 '젊은 김대중'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겠죠."
 

강연 끝나고 문정현 회원은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어록은 '마지막 일기' 가운데 '생각할수록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대목"이라 했다. 그는 "자그만 조직(사단법인·아리울역사문화)의 대표로 리더십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강연을 듣고 '용기란 성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책임감에서 나온다'는 대목을 되새기며 '용기 있는 행함과 포용력 있는 리더가 되자'고 다짐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참고서적: 최경환의 <김대중 리더십>(2010)
#김대중대통령군산기념사업회 #김대중리더십 #최경환전의원 #김대중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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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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