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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브로커 유착' 치안정감·치안감 수사 선상에

강남 한정식집서 수차례 회동... 치안감 비리 관련 광주경찰청 인사 자료 확보

등록 2023.11.17 17:57수정 2024.0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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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가 검경 수사 로비 명목 등으로 18억5400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성아무개(62)씨가 고위 경찰관들을 만나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된 서울의 한 고급 한정식집. ⓒ 누리집 갈무리


구속 기소된 '사건 브로커'의 검경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복수의 고위직 경찰관을 수사 선상에 올려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현직 치안감 1명은 경찰 인사청탁 비리와 수사 무마 혐의를, 치안정감 1명은 일단 청탁금지법 위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과 그 아래 계급인 치안감은 최고위직 경찰관들로, 이들을 향해 적용되는 혐의는 수사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전직 치안감의 극단 선택 이후 일시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검찰 수사는 1년에 걸친 사건 브로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녹음파일, 사진,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다수의 경찰 및 검찰 공무원을 수사선상에 올려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현직 치안감 A씨는 광주경찰청 재임 당시 경찰 승진인사 비리와 코인사기 사건 수사 개입 혐의를 받는다.

지난 8월 구속 기소된 브로커 성모(62)씨 측으로부터 금품과 청탁을 받고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혐의다. 또한 검찰은 경찰이 수사했던 코인 투자 사기와 관련해서도 A씨가 성씨 측 청탁을 받고 모종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의심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10일 광주경찰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2022년 경정급 이하 승진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경정 이하 경찰관 일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직 전남경찰청장(치안감)의 인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난 10월 전남청 승진 인사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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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 수사관들이 10일 오전 광산구 소촌동 광주경찰청사 정보과에서 ‘검경 사건 브로커’ 비리와 관련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 안현주


치안감 A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광주경찰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정기 인사인 경정급 이하 경찰관 승진 인사를 연초 한차례 단행했다. 

브로커 성씨가 지난 8월 검찰에 전격 체포된 이후 광주경찰청 안팎에서는 "성씨가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최근 10년간 경정급 이하 경찰 인사는 성씨가 다 주물렀다"는 말이 터져나왔으나, 검찰은 일단 치안감 A씨를 겨냥한 수사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안감 A씨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했던 코인 투자 사기 피의자 B(44·구속 기소)씨 사건 관련 수사 개입 의혹도 받고 있다.

B씨는 2021~2022년 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광주경찰청, 광주광산경찰서, 광주지방검찰청 등 여러 수사기관 수사를 받았다.

이 시기 B씨는 수차례에 걸쳐 신형 벤츠 1대를 포함한 18억5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사 로비 명목 등으로 브로커 성씨 측에 건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치안감 A씨 등 고위직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 로비는 주로 서울 강남구 고급 한정식집에서 이뤄졌다. 특히 2022년 9월 한정식집 회동에선 당시 서울청 금수대가 진행 중인 코인 투자 사기 사건이 논의됐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브로커 성씨가 주관한 한정식집 만남에는 치안감 A씨, 전직 경무관 C씨 등 다수의 전현직 고위직 경찰관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동 멤버였던 C 경무관의 경우 서울청 금수대 사건 무마 청탁을 받고 지인 회사 계좌로 4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9일 검찰에 구속됐다.

현직 치안정감 D씨도 해당 한정식집 등에서 수차례 브로커 성씨를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브로커 성씨는 검찰에 체포되기 2개월 전인 지난 6월 모친상을 당한 D씨의 빈소를 찾을 정도의 친분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또한 수사 과정에서 브로커 성씨가 치안정감 D씨와 수십 차례에 걸쳐 통화 한 사실을 밝혀낸 뒤, 단순 접대 이상의 비위 정황이 있다고 보고 혐의를 입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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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치안감과 브로커 성아무개(62)씨. ⓒ 독자제공

 
고위직 경찰관들은 일단 제기된 혐의와 의혹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치안감 A씨의 경우 지난 10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브로커 성씨와는) 단순 친분이다.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적이 없으며, 술자리나 골프 모임에 동석한 적도 없다. 집무실에서의 만남도, 수사 관련 편의 제공도 당연히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당시 확보했던 사진에는 그의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제복을 입은 A 치안감이 브로커 성씨와 자리한 모습이 담겨 있다.

치안정감 D씨 역시 "(브로커 성씨와는) 단순히 식사만 몇 차례 했을 뿐이다"는 취지로 측근을 통해 해명해왔다.

이 밖에도 검찰은 전직 치안감 2명을 포함한 전현직 경찰관 20여명을 브로커 성씨를 둘러싼 경찰 인사 비리와 수사 로비 관련 수사선상에 올려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한 브로커 성씨 측 자금 수억 원이 특정 정치인 지방선거 캠프로 흘러 들어갔다는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여야 정치인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성씨를 둘러싼 지자체 수주 비리와 관련해서도 관련자 소환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줄곧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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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 안현주

#사건브로커 #치안감 #치안정감 #인사비리 #정치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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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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