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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가습기살균제 3등급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제조·판매사의 배상 책임 인정 첫 확정판결... 진행중인 관련 소송에 영향 미칠듯

등록 2023.11.09 14:12수정 2023.11.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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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자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처음으로 확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유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아시아다국적기업모니터네트워크,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소속 국제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에 대한 옥시 영국 본사의 책임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 유성호

     
가습기살균제 제조사가 상대적으로 인과관계가 약한 폐질환 피해을 입은 사용자에게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관련 민사 손해소 중 첫 확정 판결이다. 다른 법원에서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9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아무개씨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500만 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들(옥시, 한빛화학)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상의 결함이 있고, 원고는 그 결함으로 인하여 폐가 손상되는 손해를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성분이 들어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는데, 2010년 5월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등을 진단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김씨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살균제와 질환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2014년 3월 질병관리본부는 김씨에게도 3단계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3단계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뜻의 '가능성 낮음' 판정이었다. 1~2등급 피해자들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3등급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김씨는 2015년 2월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호흡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물질(PHMG)이 포함됐음에도 설계상, 표시상 결함 등으로 신체에 손해를 입었다'며 2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같은 해 12월 1심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4년 뒤인 2019년 9월 열린 항소심에서 김씨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이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라고 판시했다.

양쪽 모두가 불복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지만, 오늘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측은 "원고(김씨)가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고,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 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편결"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배상 소송중인 원고 측 "대법원 판결, 다른 사건에 영향 미칠 것"

이번 판결과 별개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남성욱 변호사(법무법인 진성)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나머지 사건들에도 엄청난 영향들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변호인단으로 활동중인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문제가 된 화학물질에 대해서 국가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고 그걸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출시됐다. 출시된 이후에 관리가 되지 않았다"면서 "(제조사뿐 아니라) 국가 책임을 반드시 인정받아야 된다는 게 우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형사 사건은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성분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PHMG나 PGH를 포함시킨 옥시의 경우, 법원은 피해자들의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해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8년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반면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은 2021년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지난달 26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홍지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나온다.
 
#가습기살균제 #송기호 #대한민국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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