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옥중 출산한 아이 떠나보낸 엄마, 관객도 울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김윤진-나문희-강예원 주연의 <하모니>

23.09.25 11:55최종업데이트23.09.25 11:55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02년 설립된 영화제작사 '두사부필름'은 2009년부터 지금의 JK필름으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영화제작자 길영민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고 대기업인 CJ ENM이 JK필름의 최대주주로 있지만 JK필름을 상징하는 인물은 바로 윤제균 감독이다. 실제로 윤제균 감독은 본인의 연출작은 물론이고 JK필름에서 제작하는 모든 영화의 제작이나 기획, 각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회사명 JK 역시 윤제균 감독의 이니셜이다).

JK필름은 '천만 영화'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비롯해 <히말라야> <공조> <공조2> <댄싱퀸> <그것만이 내 세상> 등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히트작들을 많이 제작했다. 하지만 JK필름의 영화들은 작품성보다는 지나치게 대중지향적인 영화를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JK필름에서 제작한 대다수의 영화들은 초·중반까지 관객들을 웃기는 내용으로 채워지다가 후반에 감동을 끄집어내 관객들을 울리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JK필름 역시 2009년과 2010년 사이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시크릿>이나 독특한 감성의 멜로드라마 <내 깡패 같은 애인>처럼 여러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2010년 1월에 개봉했던 이 영화 역시 관객들이 흔히 알고 있는 JK필름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여자교도소 합창단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배우 김윤진, 나문희, 강예원 주연의 휴먼 드라마 <하모니>다.
 

순 제작비가 27억 원에 불과(?)했던 <하모니>는 전국 300만이 넘는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CJ ENM

 
3년간 4편 연속 300만 관객 동원한 배우

<은교>의 김고은과 <인간중독>의 임지연, <아가씨>의 김태리는 신인시절 파격적인 노출연기를 시도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기성 배우들은 노출연기 도전이 쉽지 않은 만큼 노출장면이 필요한 영화에서는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노출연기에 도전하는 신인 배우들이 모두 김고은과 임지연, 김태리처럼 곧바로 스타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시트콤 <허니허니>로 데뷔한 강예원은 2002년 영화 <마법의 성>에서 주연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파격적인 노출연기를 시도한 <마법의 성>은 서울 관객 17,000명으로 흥행 참패했고 강예원은 이후 한동안 연기활동을 중단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후 강예원은 2007년 윤제균 감독의 < 1번가의 기적 >에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연기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강예원은 2009년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서 해운대 바다에 놀러 온 3수생 희미 역을 맡아 이민기와 애절한 멜로연기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010년에는 영화 <하모니>에서 의붓아버지를 살해해 교도소에 들어온 성악전공자 강유미 역을 맡아 뛰어난 노래솜씨를 뽐내며 <하모니>의 300만 관객 동원에 크게 기여했다(강예원은 실제로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바 있다).

<해운대>와 <하모니>를 연속으로 흥행시킨 강예원은 그해 연말 <헬로우 고스트>로 300만, 2011년 <해운대>에서 커플연기를 선보였던 이민기와 재회한 <퀵>으로 3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배우로 떠올랐다. 2012년과 2014년에는 영화 <점쟁이들>과 <조선미녀삼총사>가 각각 95만, 48만 관객에 그치며 주춤했지만 2014년 <나쁜 녀석들>과 2016년 <백희가 돌아왔다>를 통해 드라마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강예원은 2015년 데뷔 첫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기' 멤버로 합류해 커다란 렌즈의 왕눈이 안경 덕분에 '아로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연애의 맛> <날 보러 와요> <비정규직 특수요원>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간 강예원은 2019년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안은진, 박수영(레드벨벳 조이)과 JTBC 드라마 <한 사람만>에 출연했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좋은 음악의 조화
 

<하모니>에 등장하는 수감자들은 정혜가 옥중 출산한 아이의 돌잔치를 열어줄 정도로 사이가 돈독했다. ⓒ CJ ENM

 
겨울방학과 설 연휴가 겹치는 매년 1, 2월은 극장가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즌이다. 하지만 2009년 연말과 2010년 1월은 <아바타>와 <전우치>가 흥행을 양분했고 다른 영화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따라서 순 제작비 3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하모니>가 1월 말에 개봉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바타>와 <의형제> 사이에 개봉한 <하모니>는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0년 초 극장가에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

사실 <쇼생크 탈출>과 <거룩한 계보> <프리즌> <프리즌 브레이크> <마스크걸> 등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들은 꾸준히 만들어졌다. 하지만 블랙코미디 장르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정도를 제외하면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무거운 편이다. <하모니> 역시 여자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음악과 노래가 주요소재인만큼 영화 분위기는 대체로 밝고 따뜻한 편이다.

<하모니>에서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왔다. 살인을 저지른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착하고 따뜻하게 그려지면서 자칫 '범죄자 미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하모니>에서는 각 인물마다 사연을 담아냈다. 실제 영화 속에서 정혜(김윤진 분)는 의처증이 심한 남편과 몸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강유미(강예원 분)는 자신을 성폭행하는 의붓아버지를 철제 장식물로 내리쳐 죽게 했다.

2007년 원신연 감독의 <세븐 데이즈>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유괴 당한 어머니를 절절하게 연기했던 김윤진은 <하모니>에서도 옥중 출산을 하는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아이를 떠나보내는 날, 창문 너머의 아이를 바라보며 오열하는 김윤진의 연기는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 충분했다.

영화에서는 본편만큼 예고편을 잘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 예고편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예고가 전부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예고편이 밋밋하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모니>는 예고편을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와 빅마마의 이영현이 함께 부른 OST <하모니>를 배경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하모니>의 예고편은 영화 흥행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교도소 합창단의 지휘자 겸 지도교수
 

나문희 배우는 음대교수 출신으로 합창단을 지휘하는 사형수 김문옥을 연기했다. ⓒ CJ ENM

 
나문희 배우가 연기한 김문옥은 한때 잘 나가던 음대교수였지만 자신이 아끼던 조교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그들을 차로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해 사형판결을 받았다. 교도소에서는 고아인 정혜를 딸처럼 아끼고 정혜의 부탁에 합창단의 지휘 및 지도를 맡아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치고 친딸과 화해한 문옥은 사형이 집행되면서 수감자들과 영원한 이별을 한다.

박준면은 <하모니>에서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 강연실 역을 맡았다. 코치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사기를 쳐서 겁을 주려고 기술을 걸었는데 목이 돌아가 즉사하는 바람에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명성황후>와 <브로드웨이 42번가>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준면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합창단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큰 키와 시원시원한 인상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뷰티 인사이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아일랜드> 등 여러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다희는 신예 시절이던 2010년 <하모니>에서 교도관 공나영을 연기했다. 공나영은 수감자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착한 인물로 수감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공나영은 수감자들이 합창단을 결성했을 때 피아노 연주를 맡기도 했다.

이다희가 연기한 공나영이 인간적이고 착한 교도관이라면 장영남이 연기한 방과장은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엄격한 교도관으로 나온다. 아들의 돌잔치를 기념하기 위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찢어버릴 정도로 매정하지만 교도소 배경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빌런'(악당)이라기보다는 보수적이고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에 가깝다. 방과장은 공연장에서 수감자들이 절도범으로 몰렸을 때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옹호하는 '반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하모니 강대규 감독 강예원 김윤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