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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단속 경찰에 알몸촬영 피해 여성, 국가배상소송 제기

휴대폰 촬영 후 단톡방 공유... "단속 과정 꿈에도 나와... 인권침해 수사 관행 멈춰야"

등록 2023.08.30 15:15수정 2023.08.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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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시 신체촬영 등 위법수사 피해' 국가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성매매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알몸 상태로 촬영당한 여성이 국가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30일 피해 여성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대리인단)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지난 2022년 성매매 단속 시 증거를 수집한다는 명목으로 알몸 상태의 성매매 여성 신체를 휴대전화를 이용해 무차별 촬영을 했고, 이를 단속팀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며 국가배상소송 이유를 밝혔다.

또한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욕설 및 모욕적인 발언,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을 하였고,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한 점 등 여러 방식으로 피해자의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성매매 단속 중 성매매 여성의 알몸 사진을 업무용 휴대전화로 촬영해 단속팀의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 해당 대화방에는 경찰관 15명이 함께 있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등 인권단체가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면서 알려졌다.

국가배상소송 청구 회견에는 소송 주체인 피해 여성도 마스크를 한 채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수사 뒤 한동안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나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달고 살았다"며 "여전히 단속 과정이 꿈에 나오고 수치심을 줬던 경찰의 얼굴이 뚜렷하게 기억난다"고 후유증을 호소했다.

그는 "성매매 단속 수사 과정에서 저 같은 사례가 많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범죄자의 입장에서 부당함을 말할 수 없었거나 부당함을 외치더라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성 판매 여성에게 인권 침해적인 수사 관행이 멈췄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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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시 신체촬영 등 위법수사 피해' 국가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리인단 중 한 명인 이주희 변호사는 "알몸 촬영은 사생활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강제수사임에도, 이 사건 사전이나 사후에도 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영장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했던 행위들과 언어 표현을 보면 너무 적나라하다"며 "경찰은 해당 여성을 대할 때 성희롱적인 표현과 행위를 망라해가며 피해자의 인격을 멸시하고 모욕감을 줬다"라고 주장했다.


소송에 함께하는 이창민 변호사는 "신체 촬영 도구와 관련해 일반 휴대전화가 아닌 전문적인 촬영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제3자에게 전송되거나 해킹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영상 촬영이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이뤄진 점은 인정하면서도 ▲ 영상 촬영에 전용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보안이 취약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점 ▲ 단속반 단체대화방에 영상을 공유한 점 ▲ 모자이크 처리 없이 영상을 기자단에 공유한 점 등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불법행위인 성매매에 대한 증거보존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고, 촬영 과정에서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단체방에서 공유된 자료는 수사 이후 삭제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성매매 #불법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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