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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선전포고 "이런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

국힘 연찬회서 작년과 정반대 이야기... 오염수 반대에 "1+1=100이라 하는 사람들"

등록 2023.08.28 20:43수정 2023.08.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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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2023년 8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찾았다. 하지만 발언의 맥락은 크게 달랐다. 사실상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향해 "싸울 수밖에 없다"라며 '전쟁'을 선언했다. 1년 사이에 자성의 메시지가 선전포고로 180도 뒤바뀐 것이다(관련 기사: 국힘 연찬회 간 윤 대통령 "전 정권 핑계, 더 이상 안 통해").

"대선 때 국정운영권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 나라 어떻게 됐겠느냐"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를 1년에 한 번만 할 게 아니라 매달 해가지고, 여러분들의 격려를 받아야 제가 좀 힘 받아가지고 일을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이렇게 오랜만에 다 같이 또 뵈니까 정말 제가 신이 난다"라고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제가 선거 때부터 우리 헌법에 적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라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 자유와 연대, 인권과 법치, 정의와 공정 그리고 남북한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을 향해 나가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우리 외교 지평의 확대, 이런 것을 쉬지 않고 추진해 왔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기업도 망하기 전에 기업을 보면 아주 껍데기는 화려하다. 그런데 그 기업을 인수해 보면, 안이 아주 형편없다"라며 "정말 정부를 담당해보니까, 우리가 지난 대선 때 힘을 합쳐서 그야말로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느냐 하는 정말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지난해 연찬회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돈은 없는데 사장이 어디 벤츠 600 같은 이런 고급 승용차를 막 굴리고,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안 망한 기업이 없지 않느냐"라며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도 선거 때 표 좀 얻어 보려고 재정 부풀리고, 국채 발행을 해가지고 나라의 재정이 엉망이 되면 대외신용도가 떨어진다"라고 이전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꼬집었다. "그야말로 나라가 거덜이 나기 일보 직전"이라고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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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일 중요한 게 이념... 협치? 새가 날아가는 방향 정해져 있어야"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에서 이념으로 넘어갔다. 그는 "국가의 어떤 정치적 지향점과 국가가 지향해야할 가치는 또 어떤가"라며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이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이 다시 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철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되면 안 된다는 취지를 강조하며 "우리 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다' 하는데, 기본적으로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는 실용도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느 방향으로 우리가 갈 것인지 우리가 명확하게 방향 설정을 하고, 우리 현재 좌표가 어딘지를 분명히 인식을 해야 우리가 제대로 갈 수가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지금 뭐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을 표적 삼아 '노영방송'이라고 비난한 일성과 맥락이 맞아 떨어진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맞습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불편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거 보시라"라며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한 것.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뭐 협치, 협치 하는데, 제가 얼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야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쳐가지고,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이렇게 힘을 합쳐갖고 성장과 분배를 통해 가지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그러면 그거 안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얼마 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한 발언을 되풀이한 것이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왼쪽 날개 뒤로 가면, 같이 못 날아").

윤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통합과 타협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가치, 어떤 기제를 가지고 우리가 할 것인지, 그거부터가 우리 스스로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 성찰을 하고, 우리 당정에서만이라도 우리가 우리 국가를 어떻게 끌고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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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쉬워 한 윤석열 대통령 "국민들 다 보시는데 소주 한잔하기도 좀"
 

이처럼 여야 대결적 구도를 내세운 윤 대통령은 "연찬회에 국무위원들도 다 자리하고, 또 대통령실에 수석 이상들도 다 참석을 해서 사실은 여러분하고 이렇게 하룻밤 같이 잠도 자고, 밤늦게까지 좀 얘기도 하면 좋은데"라며 "아무래도 국민들 다 보시는데 소주 한잔하기도 좀..."이라고 이야기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하에서 그러기는 어렵고"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여러분들 이렇게 뵙게 돼서 정말 반갑고, 저에게도 많은 기가 지금 들어오고 있다"라며 "고맙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의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호응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자리에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직접 고른 도시락에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준비한 민어회,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국회의원이 마련한 문어회가 같이 올라왔다. 술 대신 오미자 주스로 건배를 했으며 건배사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나섰다. 건배사는 "윤석열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성공의 어퍼컷을 위하여" 등이었다.

브리핑에 나선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당의 화합을 다지는 화기애애한 자리였으며, 만찬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이 언급한 '싸울 수밖에 없는 세력'에 대해서는 "어떤 세력을 가르키는지 (비공개 만찬 도중)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좌우의 날개가 같은 방향으로 가야되지 않느냐, 그런 차원으로 이해해주시며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대통령께서) 여러차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고, 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거 아니겠느냐' 이런 말씀을 하셨다"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연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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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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