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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에서 노형사로 돌아온 이성민의 경이로운 연기

[리뷰] 디즈니플러스 <형사록2>, 더욱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돌아왔다

23.07.07 13:36최종업데이트23.07.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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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형사록2' 포스터 ⓒ 디즈니플러스

 
지난해 공개된 OTT 드라마 중 완성도 높지만 과소 평가된, 혹은 잘 모르고 지나쳤던 수작을 손꼽자면 단언컨대 디즈니플러스의 <형사록>이었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노쇠한 형사 김택록(이성민 분)을 중심으로 온갖 추악한 비리로 썩어가는 금오시의 재개발 사업과 여기에 결탁한 금오경찰서 인사들, 그리고 택록을 협박하는 일명 '친구'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형사록>은 매회 긴장감을 쉽게 털어낼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시즌1의 6회 이후 친구의 정체가 드러났고 최종회(8회)에선 그 배후에 더 커다란 악의 집단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충격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기존의 형사 스릴러 시리즈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가치를 작품 속에 담아낸 <형사록>은 약 8개월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다시 화면 속에 등장한 금오시는 평온해 보였지만 여기엔 또 다른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시즌1로부터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난 현재 택록의 일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간의 사건 등으로 인해 정직 처분을 받은 그는 노후대비를 위해 굴삭기 기사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택록의 형사 인생이 이대로 흐지부지 끝날 리 있을까.

여성청소년계 발령... 그 뒤에 숨겨진 검은 내막?
 

디즈니플러스 '형사록2'의 주요 장면 ⓒ 디즈니플러스

 
​그 무렵 재개발이 중단된 금오시 일대는 가출 청소년들의 일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들 무리가 우연히 투자업체 대표 우장익(지승현 분) 사무실을 털던 도중 이 회사 사람들에게 붙잡혀 감금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성아(경수진 분)는 뭔가 미심쩍은 기운을 감지하고 독자적으로 추적에 나선다.

​하지만 그 무렵 강력계 대신 여성청소년계로 발령받은 택록은 후배 성아에게 화까지 내가며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그 후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성아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현장에선 우장익이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언론의 질타가 쏟아진 금오경찰서는 강력계와 여성청소년계 합동 체제로 전환되어 수사에 돌입한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택록의 입장에선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무실 금고엔 뭔가 중요한 비밀이 담긴 USB가 존재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탈취를 당했고 여기엔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 존재했다. 자신을 뜬금없이 여성청소년계로 불러들인 인물이 새로운 팀장 주현(김신록)이라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택록은 뭔가 날이 서있는 팀장의 말, 그리고 자신만의 감을 종합해 하나둘씩 그 뒤를 추적하기로 한다.

한국판 고담시? 협박 받는 노형사의 반격
 

디즈니플러스 '형사록2'의 주요 장면 ⓒ 디즈니플러스

 
이제는 뛰는 것조차 힘겨운 택록이 할 수 있는 건 기록, 그리고 자신만의 감각에 의존한 수사였다. 굴삭기 기사 면허 취득하느라 1년여를 허송세월로 보낸 것 같았던 그였지만 이는 일종의 방어막이었다. 이 기간 동안 택록은 금오시, 금오경찰서, 기타 집단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꾸준히 추적해 왔다. 그 결과 '친구'의 배후, 혹은 협력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시즌1과 시즌2 초반에 걸친 이야기의 구조, 배경을 살펴보면 마치 DC 코믹스 속 세계를 보는 듯하다. 가상의 도시 금오시는 마치 배트맨과 렉스 루터가 대결 구도를 만들었던 고담시를 언뜻 떠올릴 만하다. 강직함,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사로서의 삶을 이어온 김택록은 고든 경감에 비유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구도는 자칫 <형사록>만의 색깔을 희석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화 감독, 신인 임창세 작가는 자신들만의 세계, 이야기를 부패의 온상에 녹여낸다. 그리고 늙고 기운 빠진 노형사가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는다는 독특한 틀을 짜놨다. 여기에 복합적인 캐릭터들을 속속 등장시켜 시청자들로선 누가 선이고 악인지 구분하기 힘들도록 만들어 놓는다. 이를 통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그리고 주인공 택록조차도 악행을 저지른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해 잠시도 곁눈질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시즌1에 이어 여전히 몰입감 키운 이성민의 명연기
 

디즈니플러스 '형사록2'의 주요 장면 ⓒ 디즈니플러스

 
시즌1 당시 자신의 주변 동료, 후배들이 '친구'에게 당하는 일을 겪은 택록에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가족마저 떠나버린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수사뿐이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죄책감에 무너지는가 하면 독기 품고 '친구'에게 맞서는 복잡 미묘한 택록이라는 캐릭터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인물의 등장이기도 하다. 가상의 극 중 캐릭터지만 하는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건 전적으로 배우 이성민의 강렬한 존재감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JTBC <재벌집 막내아들>로 호평을 받은 그의 연기는 <형사록>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공황장애까지 경험할 만큼 용감함과 두려움의 경계선상에 놓인 형사 역할을 이성민이 아닌, 다른 배우가 과연 해낼 수 있었을까? 지난해의 과소평가된 드라마가 <형사록>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노형사 김택록을 소화해 낸 이성민의 열연은 우리가 간과했던 2022년의 명연기였다. 아직 1, 2회만 공개되었을 뿐이지만 시즌2 역시 이에 견줄만한 명연의 대향연이 아닐 수 없다.

새롭게 합류한 김신록과 더불어 시즌1에 이어 2에 출연한 이학주, 경수진, 김재범, 김민재 등의 탄탄한 뒷받침 역시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데 기여한다. 1, 2회를 통해 선한 캐릭터가 결코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보여줬지만 여전히 뒷배경을 궁금케 만드는 청소년계 팀장 주현의 등장은 김신록이라는 배우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즌2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볼거리 풍족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공간이 디즈니플러스라는 소외된(?) OTT 플랫폼이라는 점은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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