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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인기 끈 비결

[김성호의 씨네만세 499] <닥터 후: 두 명의 닥터>

23.06.24 09:32최종업데이트23.06.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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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 후: 두 명의 닥터 포스터 ⓒ BBC

 
영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드라마, BBC가 있는 한 계속될 드라마란 평가를 받는 <닥터 후>는 전 세계 70여개 나라에서 100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시청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십수 년의 공백 끝에 지난 2005년 새롭게 돌아온 이래 10개가 넘는 시즌을 제작한 이 드라마는 SF와 모험 장르에서 대적할 드라마가 얼마 없는 명작으로 꼽힌다.
 
<닥터 후>엔 여러 강점이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제약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닥터가 위험을 극복하는 것만 같을 뿐,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위험이 닥쳐와 이야기가 지루해질 염려가 없다. 시간을 여행하는 주인공은 오늘은 과거에서, 내일은 현재에서, 또 모레는 미래에서 위기를 맞닥뜨린다.

장소 또한 다양하여 오늘은 이 행성에 가면, 내일은 저 행성, 모레는 우주의 어느 공터에서 이야기를 벌인다. 종족 또한 수없이 많아서 다양한 특징을 가진 이들을 자유롭게 소환한다. 통상 작가들이 마주하는 제약을 우회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자유도 높은 설정 덕에 이 드라마는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드라마 속 닥터가 그러한 것처럼.
  

▲ 닥터 후: 두 명의 닥터 스틸컷 ⓒ BBC

 
반세기 넘게 제 단점과 맞서 싸운 드라마
 
그러나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닥터 후>는 한 시즌에만 10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가졌고, 시즌 또한 쉬지 않고 꾸준히 쏟아져 나온 것이다. 따라서 매번 같은 캐릭터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생겨나는데, 작품성에 대한 논란 없이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내는 작가진의 저력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시즌 3와 시즌 4 사이에 스페셜로 제작된 <두 명의 닥터>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다. 특히 보는 이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전개, 닥터(데이비드 테넌트 분)의 캐릭터를 한층 깊게 하는 드라마, 주연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가 모두 모여 스페셜을 그저 휴방기 동안 찍어낸 외전쯤으로 남지 않게 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며 성숙해져가는 닥터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장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어 이 드라마의 성격을 흥미롭게 내보이는 것이다.
 

▲ 닥터 후: 두 명의 닥터 스틸컷 ⓒ BBC

 
세계 최장수 드라마로부터 한국이 배울 것
 
이야기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다.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이곳에 내린 닥터는 저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닥터를 부르는 여자는 진짜 닥터가 아닌 다른 사내를 보고 닥터라고 말한다.

놀라운 건 그가 스스로를 닥터라 부를 뿐만 아니라 닥터처럼 동반자가 있고 소닉스크루드라이버와 타디스라 불리는 장비 또한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다. 행동부터 말투며 말버릇 또한 비슷하여 닥터는 그가 얼굴을 바꾸고 기억을 잃어버린 미래의 자신이 아닌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갈수록 흥미를 더하는데, 1851년 런던 한복판에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인 사이버맨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두 닥터는 합심하여 그들에 맞서고 마침내 런던을 구하는 흔하지만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의 드라마는 제법 짜임새가 있고 매력 또한 있어서 한 편의 드라마에 <닥터 후>를 지탱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알도록 한다.
 
시청자를 속이고 마침내 박수를 치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뚝딱 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 고민하고 공들인 작품만이 이와 같은 완성도를 갖출 수가 있는 것이다. 한 번 보여지고 사라지는 드라마에 영화처럼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태도로는 결코 이를 수 없는 경지라 할 것이다. 바로 이 같은 태도가 이 드라마를 영국의 한 시절을 넘어 전 세계에서 수십 년 동안 관심을 받게끔 한 것일 테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전성기를 맞이할 한국 드라마가 가져야만 하는 태도이고 말이다.
 

▲ 닥터 후: 두 명의 닥터 스틸컷 ⓒ BBC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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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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