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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 이어진 옆집의 문자... 결국 이사까지 한 사연

사람이 집에 없는데도 '시끄럽다'며 항의... 건물 설계 때부터 층간소음 줄이는 방법 찾아야

등록 2023.04.20 09:58수정 2023.04.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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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문제를 다룬 킥서비스의 '저녁 8시에 오줌을 싼다고? OO' 영상 중 일부. ⓒ 킥서비스 갈무리

 
'킥서비스'라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풍자하는 채널이다. 최근 킥서비스가 올린 '저녁 8시에 오줌을 싼다고? OO'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그 영상을 보며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층간소음이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 지독한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사했다. 살면서 층간소음을 겪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기숙사, 대학교 원룸촌,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다양한 장소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고 다양한 장소에서 층간소음을 경험했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사까지 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재작년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나는 빌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고 몇 달 동안은 층간소음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고 지내 어느 정도 소음이 들어오는 걸 감안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곧 가을이 되었고 나는 층간소음을 느끼게 됐다. 그것도 꽤나 강하게.

처음엔 '주변에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영업 제한이 걸렸는데도 시끄러운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이게 층간소음 때문이란 걸 알게 됐다.

위층 사람들은 지인들을 많이 데려오는 편이었다. 딱히 외부 소음보다 거슬릴 정도로 시끄럽지는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소음이 반복되니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내 소음도 남에게 들릴 수 있으니 주의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러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도 층간소음으로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작게 얘기했는데... '시끄럽다'던 옆집, 그 이유가 


그날은 우리 집에 지인들이 모인 날이 있었다. 층간소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방문을 닫고 조용히 누워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60데시벨이 넘으면 벌칙을 받게끔, 정말 작게 대화하고 있었다. 방문을 닫으면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친구들이 온 지 십 분가량 지났을 무렵 우리 집 앞 씨씨티비에서 알람이 울렸다. 앞에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확인해 보니 옆집 사람이 우리 집 현관문에 귀를 붙이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왜 현관문에 귀를 대고 있는 것인지? 우리 집이 많이 시끄러운가? 생각했다. 

곧 옆집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간 후 나의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시끄러우니 주의하라는 메시지였다. 거실에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그 당시 내가 살던 곳이 벽식 구조인 집이었기 때문이다. 벽식 구조란 '기둥, 들보 등 골조를 넣지 않고 벽이나 마루로 구성한 건물 구조'를 말한다. 1980년대 이후의 아파트 빌라 등등의 건물들은 벽식 구조를 띄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98%는 벽을 타고 소음이 전달돼 층간소음이 더욱 심한 벽식 구조라고 한다. 

벽식 구조는 공사비가 저렴하기에 많이 적용되었지만, 벽식 구조를 사용하게 되면 윗집이 아닌 대각선 위아래 집 등등 소음의 원인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계속 소음에 시달리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어 소음의 원인지가 어디인지 모른 채 무작정 윗집, 옆집에 항의하다가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벽식 구조가 아닌 다른 구조로 지으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층간소음이 적다는 기둥식 구조에서도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기둥식 구조이다. 하지만 주상복합의 아파트에도 층간소음이 발생한다. 기둥식 구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소송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 집의 층간소음은 벽식구조로 인한 소음이었다. 다음날 쓰레기를 버리던 중, 윗집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문제의 그날 밤 윗집에서 모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레기를 버리던 윗집 분이 '시끄럽지 않았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이다. 드디어 그날 소음의 근원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옆집 사람은 그날 이후 조금이라도 시끄러우면 나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고, 본인이 일찍 출근해야 하니 조용히 해달라며 매일 문자를 했다. 혼자 조용히 공부하던 중이나 심지어는 집에 없을 때조차 시끄럽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나는 1인 가구이기에 내가 집에 없으면 소음이 일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자가 반복되자, 나는 '소음을 내지 않고 있으니 내가 아니다'라고 연락했지만, 옆집 사람은 내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고의 소음까지 발생시키는 듯했다. 9개월가량 거의 매일 지속되는 항의 문자와 새벽 시간 소음공격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던 나는 결국 이사를 택했다. 

층간소음 해결하려면, '이 단계'에서부터 고민 필요 

그런데, 이사가 아닌 다른 해결 방법은 없었을까? 옆집 사람과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겠지만, 옆집 사람은 소통을 포기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뉘앙스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의 구조적으로 해결 방안은 없을까?

나는 건축학과에 재학 중이기에 교수님과 층간소음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인 해결 방안이 이론적으로 존재하긴 한다"는 결론이 나오긴 했다. 

층간소음 감소의 원리는 간단하다. 슬라브의 두께와 재질을 바꾸면 된다. 이는 층간소음용 슬리퍼를 신는 것과 비슷하다. 층간소음 슬리퍼가 두껍고 푹신한 것처럼 슬라브와 바닥 재료 또한 그러한 형태를 띠면 층간소음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일반적인 바닥 구조에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채워야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고 있기에 실제 적용은 늦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또 다른 방법도 존재한다. '라멘 구조'로 건축하면 된다. 라멘은 독일어로 테두리를 의미하는데 수직으로 세운 기둥과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가 하중을 버틴다. 공사장의 보와 비슷한 구조이다. 유럽의 건물들이 보통 라멘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사비 또한 벽식 구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라멘 구조로 지어도 슬라브 두께를 얇게 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층간소음에 대한 법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주자들에 대한 조건을 더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애초 건물 설계 때부터 층간소음에 대한 고려를 했으면 좋겠다.
#층간소음 #건축 #건설사 #벽식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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