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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홍조증 걸린 여교사의 '징글징글한' 복수극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공효진의 원톱 주연 영화 <미쓰 홍당무>

22.10.14 11:38최종업데이트22.10.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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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과 JYP의 박진영,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미스틱89의 윤종신, 안테나의 유희열 등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기가수가 현재는 기획사 수장으로 또는 대주주로 후임을 양성하고 있다.

영화 쪽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엔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나 류승완 감독의 외유내강 필름, 장진 감독의 필름있수다처럼 감독이나 감독의 가족이 운영하는 영화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칸 영화제에서만 세 번의 수상경력을 가진 '거장' 박찬욱 감독도 마찬가지. 박찬욱 감독은 2002년7월 모호필름이 설립해 <친절한 금자씨>를 시작으로 최신작 <헤어질 결심>까지 자신이 연출한 영화들을 모두 제작했다.

박찬욱 감독은 모호필름을 통해 후배 감독들이 연출하는 영화의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 2013년 개봉해 930만 관객을 동원했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박찬욱 감독과 모호필름은 지난 2008년 <친절한 금자씨>의 스크립터로 참여했던 이경미 감독의 장편데뷔작이자 '공블리' 공효진을 내세운 범상치 않은 성장 코미디 영화 <미쓰 홍당무>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이 원톱 주연을 맡았던 첫 번째 영화였다. ⓒ 빅하우스(주)벤티지홀딩스

 
20년 넘게 사랑 받고 있는 정상급 배우

서울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공효진은 IMF로 인해 귀국, 모델 에이전시에 등록하며 모델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1년 가량 모델 활동을 이어가던 공효진은 1999년 김태용, 민규동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공효진은 배우 데뷔 후 영화 <킬러들의 수다>,<화산고>,드라마 <화려한 시절>,<네 멋대로 해라> 등에 출연하면서 전도유망한 20대 여성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공효진은 2000년대 초·중반 워낙 다작을 했던 탓에 2002년 영화 <긴급조치19호>로 '흑역사'를 맞기도 했지만, 2003년 드라마 <눈사람>,<상두야 학교가자>에 잇따라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7년에는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에이즈에 걸린 딸을 돌보는 미혼모 이영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고맙습니다>를 통해 2007년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활동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중성적이고 와일드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던 공효진은 2008년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에 캐스팅되며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공효진이 안면홍조증에 걸린 중학교 영어교사 양미숙을 연기한 <미쓰 홍당무>는 전국 53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를 통해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포함한 6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공효진은 2010년 이선균과 함께 <파스타>, 2011년 차승원과 함께 <최고의 사랑>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달렸고 하정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러브픽션>도 전국 17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서의 아쉬움을 달랬다. 공효진은 2013년 <주군의 태양>,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 2015년<프로듀사>, 2016년 <질투의 화신>에 차례로 출연해 소지섭, 조인성, 차태현, 조정석 등 상대배우를 가리지 않고 발군의 호흡을 자랑하며 '로코퀸'의 위용을 과시했다. 

공효진은 2010년대 후반 <미씽:사라진 여자>와 <뺑반>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지만 2019년 <가장 보통의 연애>가 292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같은 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시청률23.8%로 이끌며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효진은 내년 상반기 방영예정인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 출연할 예정이다.

안면홍조증 가진 미숙씨의 성장스토리
 

<미쓰 홍당무>에서 양미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공효진은 무려 6개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휩쓸었다. ⓒ 빅하우스(주)벤티지홀딩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 등은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이미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를 통해 영화계에서 '될 성 부를 떡잎'으로 인정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4년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을 통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과 관객상,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경미 감독 역시 일찌감치 영화계에서 그 능력을 인정 받은 '준비된 신인'이었다.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공효진 분)은 학창시절 짝사랑하던 서종철 선생(이종혁 분)을 따라 모교의 러시아어 교사로 부임했지만 서선생은 이미 결혼을 한데다가 동료교사와 바람까지 피우고 있었다. 질투에 눈이 먼 양미숙은 서선생의 외도상대이자 자신을 중학교 영어교사로 쫓아낸 이유리 선생(황우슬혜 분)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 양미숙은 서선생의 딸이자 유리 선생이라는 '공동의 적'을 가진 종희(서우 분)와 동맹을 맺고 작전에 돌입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조절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포커페이스가 불가능한 안면홍조증을 가진 양미숙은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회부적응자가 됐다. 그렇게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어진 양미숙은 점점 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들게 된다. 사실 이는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쓰 홍당무>는 개봉 당시에도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 영화가 독특한 웃음포인트를 가진 매력적인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중학생 제자 앞에서 심한 내용의 채팅을 치지 못해 망설이는 양미숙을 보면서 답답해하던 종희는 키보드를 빼앗아 유리선생에게 음담패설을 날린다. 그리고 이를 황당한 표정으로 지켜 보던 양미숙은 이내 밝게 웃으며 "우리 종희, EQ가 높구나"라고 칭찬한다.

<미쓰 홍당무>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의 코미디를 선보이며 충무로에 입성한 이경미 감독은 2016년 8년의 공백을 깨고 손예진과 고 김주혁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비밀은 없다>를 선보였다. 이경미 감독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 춘사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지만 전국 25만 관객에 그치며 <미쓰 홍당무>와 마찬가지로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 됐다.

1985년생 서우가 2008년에 중학생 연기를?
 

종희 역의 서우는 <미쓰 홍당무>에서 한국 나이로 24세의 나이에 여중생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 빅하우스(주)벤티지홀딩스

 
<미쓰 홍당무>에서 서우라는 신인배우가 이종혁의 중학생 딸로 출연했을 때 위화감을 느끼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서우는 충분히 중학생으로 보이는 동안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서우는 이미 20대 중반을 향하는 성인 연기자였는데 종희가 영화 속 출연분량이 제법 많은 준주연 캐릭터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위험한 캐스팅이었던 셈이다. 

서우는 <미쓰 홍당무>를 통해 4개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라이징스타로 떠올랐고 영화 <파주>와 <하녀>, 드라마 <탐나는 도다>와 <욕망의 불꽃> 등에 잇따라 주연으로 출연했다. 특히 2010년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문근영의 동생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서우가 문근영보다 2살 언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서우는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더하우스>를 끝으로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서우와 함께 <미쓰 홍당무>가 배출한 또 한 명의 신인배우는 바로 유리 선생 역의 황우슬혜였다. 유리선생은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던 양미숙을 중학교 영어교사로 밀어낸 장본인이자 양미숙이 짝사랑하는 서선생과 바람을 피우는, 양미숙에게는 '빌런'이나 다름 없는 존재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해맑은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어 양미숙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황우슬혜는 <미쓰 홍당무> 이후 곧바로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에 출연해 전혀 다른 이미지의 기동이 유치원 선생님으로 출연해 청순한 매력을 뽐냈다. 사실 황우슬혜는 영화보다는 <선녀가 필요해>,<기분 좋은 날>,<위대한 조강지처>,<혼술남녀> 등 드라마 출연작들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20년에는 2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히트맨>에서 권상우의 아내이자 미술학원 강사 미나 역으로 출연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 공효진 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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