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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실패, 사랑 승리" 3년 만에 꽉 찬 서울광장 '퀴퍼'

[현장] 궂은 날씨, 혐오 집회에도... "함께하자" 인파 모인 서울퀴어퍼레이드

등록 2022.07.16 18:04수정 2022.07.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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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6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프라인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된 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이다. ⓒ 소중한


"세상이 '동성애는 물러가라'고 해도 우린 존재 자체로 모두 아름답습니다." - 양선우(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우린 그 누구도 두고 갈 수 없다. 저희는 계속 인권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성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주최)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16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이날 축제에는 궂은 날씨와 혐오세력의 맞불집회에도 수많은 인파가 모여 슬로건인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를 외쳤다.

주한 대사관 13곳(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덴마크·독일·미국·스웨덴·아일랜드·영국·유럽연합·캐나다·핀란드·호주)도 축제 무대에 올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임 주한미국대사 "어떤 차별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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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6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프라인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된 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이다. ⓒ 소중한

 
이날 축제는 부스행사, 환영무대, 행진, 축하무대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환영무대에선 여러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양선우(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3년 만에 이곳에서 여러분을 보니까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라며 "서울시는 광장을 막으려했지만 여러분이 1인시위도 해주시고 목소리도 내주시고 민원도 넣어주셔서 이곳에 모일 수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맞불집회의) 저 혐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옆의 내 동료,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며 축제에 함께해 달라"라며 "오늘 단 하루가 축제인 삶이 아니라 일상이 축제인 삶을 만들겠다. 열심히 즐겨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대표해 축제에 참석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전장연은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라며 "장애인권, 여성인권, 성소수자인권이 따로 있지 않다.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투쟁하고 연대하자"라고 강조했다.


김유미 한국교회를향한퀴어한질문 큐앤에이(QnA) 대표는 "예수는 위험한 식물 겨자씨와 위험한 재료 누룩을 갖고 왜 하나님 나라를 설명했을까. 예수가 설명하는 나라는 아주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예수는 차별과 억압, 권력을 무너뜨린 사람이다. 예수는 사람의 욕심으로 망쳐진 것을 다시 휘젓는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고 했고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와 누룩을 닮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신교인으로서 제가 여러분께 빚진 게 많다. 한국교회가 지금도 저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난리 생난리를 치는데 제가 교회 이름을 달고 나와 무슨 낯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저들의 믿음대로라면 가정을 망치고 교회를 망치고 나라를 망하게 할 '동성애 쓰나미'가 바로 하나님 나라의 시작이다. 예수는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0일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주한미국대사는 "어떤 차별도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주 한국에 막 도착했지만 이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다"라며 "우린 그 누구도 두고 갈 수 없다. 우린 계속 인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대사들도 차별금지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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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6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프라인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된 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이다. 주한 대사관 13곳(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덴마크·독일·미국·스웨덴·아일랜드·영국·유럽연합·캐나다·핀란드·호주)은 축제 무대에 올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소중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나비(활동명)는 "성소수자가 행복한 세상은 비성소수자도 행복한 세상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소수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욱 안전해지고 우리의 몸과 마음이 조금 더 튼튼해지도록, 역사에 '2022년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해이고 대한민국이 비로소 국가다운 국가가 됐다'고 기록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축하공연을 한 미미시스터즈도 "저희도 (혐오세력 맞불집회에서 부르고 있는) 애국가를 좋아합니다만 저런 비뚤어진 신념과 혐오가 너무 안타깝다"라며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약자가 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모두가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창한 한국어로 발언을 한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영국대사는 "성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은 21세기에 존재해선 안 된다. 영국 사회가 보여주듯 이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적 보호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영국대사관은 오늘 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 권리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자랑스럽다. 혐오는 실패해야 한다. 언제나 사랑은 승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카 루오찰라이넨 주한핀란드대사관 공관차석도 "어느 누구도 자신의 성별이나 성적지향으로 위협받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선 안 된다"라며 "한국이 차별금지법을 채택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 기회에 강조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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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6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혐오세력의 맞불집회도 인근에서 진행됐다. ⓒ 소중한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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