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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장기화에 양측 '강대강' 대결

사측 '인간띠잇기', 노측 '단식농성 돌입' ... 박완수 '빠른 해결', 변광용 '5자 간담회'

등록 2022.07.14 18:21수정 2022.07.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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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단식농성. ⓒ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양측이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협상은 진척이 없는 가운데 양측은 상대를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에 이어 스스로 '감옥‧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주주인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농성을 추가했다. 반면 농성장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온 사측은 정상화를 요구하며 '인간띠잇기'를 했다.

한편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종교계와 시민사회진영이 나서고 있다. 천주교 미사가 거제에서 열리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희망버스를 계획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부터 '임금 30% 인상'과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달 22일부터 거제옥포조선소 1도크 선박 안에서 유최안 부지회장은 사방 1미터 철판을 붙여 스스로 몸을 가두는 '감옥농성'을 하고, 다른 조합원 6명을 20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하고 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대표단은 협상에 진척이 없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임근 30% 인상', '상여금 지급', '성과급 지급', '최소 1년 단위 고용계약', '노조 활동 보장', '22개 업체 집단교섭', '도장업체 재하도급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하청업체측은 임금 관련과 '집단 교섭', '재하도급 금지'에 대해 '수용 불가'와 '업체별 개별 논의', '노조 활동 보장'에 대해 '돈으로 주면 노조가 알아서 처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완수 도지사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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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가진 간담회. ⓒ 경남도청

 
이런 가운데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이김춘택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사무국장을 14일 오전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박완수 도지사는 "파업사태 장기화로 생산공정 차질 등 지역 조선 경기가 어려움이 있다"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도지사는 "조선 경기 회복 시기에 이러한 사태가 터져 안타깝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관계 기관에 잘 전달하겠다. 함께 노력하여 빠른 시일 내에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형래 본부장은 "현장은 매우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이다. 정부의 합동 발표는 노조의 불법성을 부각한 측면이 있다"며 "갈등 조장과 폭력적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대화와 교섭으로 풀어야 하며,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원청이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안석태 지부장은 "교섭은 했으나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 협력사들은 지불여력이 없으므로 노조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나서야 교섭과 합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김춘택 사무국장은 "노조의 핵심 요구는 임금 회복이다. 조선 현장은 일감이 밀려들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해 철판 가격 인상을 사업예산에 선반영하였다. 그러나 노동자 임금 회복 예산은 반영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교섭안을 제시하였고,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여러 차례 밝혔다. 휴가 전에는 타결돼야 한다"고 했다.

최희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교섭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교섭해야 한다"며 "갈등과 대립, 폭력 행위는 일체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임직원 참여 '인간띠잇기'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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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통고 조선하청지회 파업 중단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기원 거제시민?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인간띠 잇기 행사 ⓒ 대우조선해양

 
'인간띠 잇기' 진행을 두고도 논란이다. 대우조선해양 사무직과 현장직, 그 가족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불법 파업 중단 촉구 인간띠잇기" 행사가 14일 늦은 오후 거제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정문부터 옥포매립지 오션플라자 구간 외곽도로까지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인간띠잇기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하루 전날 낸 안내문을 통해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파업 과정은 불법적인 행동과 도크 무단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우리는 점점 일거리를 잃어가게 되었다"며 "우리가 잠시나마 가졌던 희망이 지금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을 희망으로 만들고, 꺼져가는 회사의 존립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회사를 지키기로 했다"며 "마주 잡은 손으로 더 큰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인간띠잇기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경거망동이 아닌 파업 해결이 제 역할이다"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당장의 문제해결과 더불어 구조적 문제해결 어느 것에서도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찾을 수 없다"며 "화살을 하청노동자와 민주노조에 돌려 갈등을 부추기고, 자신들의 현장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만 온 신경이 쏠려 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인간띠잇기 대회라는 이름으로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 나아가 시민사회까지 이간질시켜려 한다"며 "얕은 수에 매달리면 당장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이후 재앙이 되어 스스로를 덮칠 것이다"고 했다.

조합원 3명 산업은행 앞 단식농성 돌입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강봉재, 최민, 계수정 조합원은 이날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산업은행과 정부의 수수방관은 거제의 끝장투쟁 7명에 이어 또다시 3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서도록 내몰았다"고 했다. 또 이들은 "우리는 곡기를 끊는 것이 아니다. 하청이라는 이유로 4대 보험도 잘라먹고, 임금은 묶어버리는 노동을 끊어버리는 것이다"며 "다단계 하도급으로 만든 하청의 함정 때문에 더 많이 죽고 다치는 위험노동을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미사와 희망버스가 진행된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오는 18일 오후 3시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를 갖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전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3일 '희망버스'를 운영하기로 하고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7‧23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희망버스'측은 "2011년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린 희망버스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거제로 간다"고 했다.

변광용 위원장 '파업 조기 해결을 위한 5자 간담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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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 ⓒ 민주당

 
거제시장을 지낸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은 이날 낸 자료를 통해 '파업 조기 해결을 위한 5자 간담회'를 요구했다.

5자 간담회는 정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대우조선해양 원청, 협력사 대표단, 대우조선지회(정규직), 거통고조선하청지회를 말한다. 변 위원장은 "5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교섭의 실마리를 함께 논의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우원식‧진성준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서로 간의 신뢰 속에 교섭의 틀을 확정하는 등 문제 조기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광용 위원장은 "교섭의 자리가 아니기에 원청사, 산업은행 등이 우려하는 법적인 문제도 없는 만큼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 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유효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하청과 원청의 조선업 노동자 저임금 구조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원활한 인력수급 및 차질 없는 생산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재도약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상생의 해법이 빨리 마련돼 파업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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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 ⓒ 천주교전국정의구현사제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금속노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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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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